`덩샤오핑 평전`을 들고 한국을 찾은 에즈라 보걸(84)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일본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작금의 급격한 우경화는 일본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압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걸 교수는 21일 `덩샤오핑 평전 한국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너무 우익 편향으로 몰아간다"며 "일본은 이에 대응해 방어체제를 갖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중국이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우경화가 한·중 양국의 잘못된 정세 분석 탓이라는 것이 보걸 교수의 지론이다. "일본의 우경화는 한·중 두 나라의 압박 때문"이라고 거듭 못박았다. 보걸 교수는 하버드대 아시아센터 소장을 지내고, 클린턴 행정부에서 동아시아 지역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보고한 동아시아 전문가다. 냉각된 한·중·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법으로는 "세 나라의 지도자가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좋다"고 짚었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 오해가 쌓이면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보걸 교수는 덩샤오핑의 예를 들며 "그는 현명하게도 주변 강대국과 꾸준히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2011년 제자인 고려대 김병국 교수(55·정치외교학)와 `박정희 시대`라는 책을 출간한 보걸 교수는 "박정희는 똑똑한 사람이었다"며 "국민을 탄압했지만, 국민의 생활 수준을 급진적으로 향상시킨 것도 바로 박정희"라고 봤다. "박정희의 경제적 공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걸 교수가 10년 연구 끝에 낸 책이 `덩샤오핑 평전`이다. 보걸 교수는 "2000년 하버드대에서 퇴직했을 당시 동아시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면서 "미국인들이 동아시아의 발전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제공하고 싶었고, 그것이 중국의 발전을 이끈 덩샤오핑으로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덩샤오핑 평전` 집필을 위해 덩샤오핑의 자녀, 덩샤오핑 밑에서 일한 관리 100여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우리나라에 앞서 중국에서 먼저 나온 보걸 교수의 책은 1년 만에 73만권이 팔렸고, 그해 중국에서 나온 서적 중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민음사가 펴낸 `덩샤오핑 평전`은 중국을 경제강국으로 탈바꿈시킨 덩샤오핑의 개혁을 다뤘다. 어떻게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나라 중 하나로 자리매김 했는지 상세한 설명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