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치(?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요인이 생체에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의 한계를 일컫는다. `걸스데이` `달샤벳` `AOA` `레인보우블랙`으로 이어지는 최근 걸그룹의 신체노출 경쟁에 적용 가능하다. 노출과 과감한 몸짓이 심해질수록 대중의 역치는 올라간다. 웬만큼 야해서는 선정적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도둑촬영`까지 끌어들이는 콘셉트에도 무덤덤하다. 예쁘고 날씬한 여성들의 화려한 몸짓이 기분 나쁠 리는 없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노라면, 이건 아니다 싶다. 오로지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데 몰두하는 음악과 퍼포먼스에 물렸다. 멤버들이 무슨 잘못이랴. 제작자의 공급과 소비자의 수요가 맞아떨어져 벌어진 상황이다. `소녀시대`와 `2NE1`은 정체기, `원더걸스`와 `카라`는 해체에 직면했다. 섹시 경쟁은 이들의 뒤를 잇고자 하는 걸그룹들이 선택한 극약처방이다. 문제는 앞선 그룹들과 달리 이들 후발주자에게는 반짝이는 한방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개성 없이 무조건 자극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반면, 기타와 목소리 만으로도 가능한 포크송은 역치가 필요없다. 22일 탄생 50주년을 맞이한 포크가수 김광석(1964~1996), 최근 주목 받는 포크 싱어송라이터 최고은(31)은 자극 없이도 마음을 끌어당긴다. 특별한 반응을 유도하지 않아도, 자신들 만의 개성으로 반짝인다. 거장 코엔 형제의 신작으로 29일 개봉하는 영화 `인사이드 르윈`도 포크를 다룬다. 포크록의 대부 밥 딜런(72)이 데뷔하기 직전 1961년 뉴욕이 배경이다. 거처할 곳은커녕 겨울 코트 하나 없는 무명 포크가수 `르윈`이 주인공이다. 듀엣으로 활동하다 팀 동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바람에 솔로로 나선 르윈은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간다. 자신의 무대를 끝낸 뒤 "포크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자조도 한다. 무대 위 늙은 여가수를 오해하고 희롱하다가 그녀의 남편에게 얻어 맞기도 한다. 노래를 버리고 배를 타는 선원이 될 생각까지 한다. 그럼에도 프로가수로서, 옛 동료에 대한 우정을 무기삼아 가정집 저녁자리에서 노래하기를 거부하는 자존심은 있다. `인사이드 르윈`은 마냥 포크를 찬양하는 영화는 아니다. 딜런이라는 포크스타의 유명세에 가려 망각할 뻔했던 당시 포크계의 이면을 끄집어낸다. 거칠게 축약하자면, 수많은 포크 뮤지션이 갈등한 성공과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다. 걸그룹의 댄스음악이든, 싱어송라이터의 포크음악이든, 뒷면에는 그림자가 있다. 전문가들이야 포크 음악을 한 수 위로 치겠지만, 어느 팬에게는 걸그룹의 음악이 삶에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단, 자신의 음악을 할 때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 한때의 원더걸스, 소녀시대가 그랬다. 개성 없이 일률적으로 소비만 하는 방식은 가수와 제작자, 대중에게 모두 손해다. 여성의 노출이 이만큼 지겨운 때도 없었다. 김광석과 르윈은 지리멸렬한 삶을 고뇌하는 가운데서도, `나의 노래`를 고민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힘든 시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걸그룹을 만들고 소비하는 이들은 이러한 고심이 크지 않아 보인다. 그녀들의 노래와 춤으로 채우는 3분이 오롯이 당신들의 시간인 것은 아니다. 시류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허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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