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기는 어려우리라. 100년만 기다려보자. 아마도 그때까지는 인간을 탁월하게 이해하는 천재가 나타나서 니체라는 이를 무덤에서 발굴할 것이다.”(‘니체 서간집’)니체(1844~1900) 사후 100년이 더 지난 오늘, 그는 온전히 발굴됐을까. 하이데거와 야스퍼스 등의 연구에 힘입어 철학자로 복원되고 유럽과 미국에서 ‘니체 르네상스’를 누리기도 했으나 니체는 여전히 어떤 철학자보다 많이 그리고 오래 오독된 사상가다. 중층적이고 넓은 스펙트럼, 자유분방한 언어로 모순되는 사유의 겹을 펼쳐놓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그 모순과 역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니체는 “불신자가 되거나 신자가, 보수주의자가 되거나 혁명가가, 방법론적 학자가 되거나 몽상가가,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가 되거나 광신자가”(야스퍼스) 됐다.‘니체’는 니체를 특정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보다 제대로 읽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서 니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책 제목도 더도 덜도 없이 ‘니체’다. 저자는 신의 죽음, 가치의 전도, 허무주의, 자연으로의 복귀,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운명애 같은 니체의 핵심 주제들을 하나하나 탐색해나간다. 이를 통해 니체가 어떻게 서구를 지배해온 이성주의의 독단에서 벗어나 현실 중심적이고 생명 중심적인 사상을 전개했는지, 그의 사상이 어떻게 인문·사회·예술 등 모든 영역에 지적 토양을 제공하며 하나의 철학으로 생명력을 유지해왔는지 보여준다. 니체의 중심 주제들을 퍼즐 완성하듯 유기적으로 재구성해 니체 이해에 다가가는 방식은 니체가 택했던 관점주의와 닮아있다. 세계는 체계와 논리 대신 관점에 따른 다른 전망이 있고, 이 전망은 모순되기도 하다는 니체의 관점주의에 눈뜰 때 니체 사상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니체’는 니체를 만나는 가장 충실한 지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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