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지병으로 숨을 거둔 작가 김지원(1942~2013)의 소설 선집이 1주기를 맞이해 3권 분량으로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나왔다. 김지원은 1942년 시인 김동환(1901~?)과 소설가 최정희(1906~1990)의 맏딸로 태어났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1973년 미국 뉴욕으로 이민했다. 1975년 `현대문학`에 `사랑의 기쁨`과 `어떤 시작`을 소설가 황순원(1915~2000)의 추천으로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7년 동생인 소설가 김채원(68)과 함께 펴낸 `먼 집 먼 바다`(지식산업사)가 첫 소설집이다. 단편소설 `사랑의 예감`으로 1997년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서구적 일상을 배경으로 동양적 정서를 감성적으로 풀어냈다는 평을 들었다. 김채원도 1989년 단편 `겨울의 환`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김지원 소설 선집`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김지원의 40여년에 걸친 문학세계를 재조명하고 보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작품을 연대순으로 수록하는 기존의 선집 틀에서 벗어나 권마다 초·중·후기 중단편을 고르게 실었다. 한 권을 사더라도 작품 세계 변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단, 1권은 초기 중편 소설 두 편 `폭설` `잠과 꿈`으로 묶었다. 두 작품은 미국 뉴욕이라는 낯선 땅을 배경으로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폭설`과 `잠과 꿈`은 사랑의 파탄이라는 주제와도 닿는다. `폭설`의 주인공 `진주`와 `잠과 꿈`의 주인공 `혜기`는 아름다운 외모와 젊음을 지닌 여성으로 가슴속에 은밀한 욕망과 뜨거운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성에 관한 도덕적 관점이 개방적인 미국에서 자유분방하게 사랑을 나눈다.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비롯된 흔들리는 사랑과 신뢰의 이야기다. 납북된 남편을 기다리며 아이를 키우는 `여자`의 이야기인 `사랑의 예감-서울의 사랑`은 세 번째 권에 실렸다.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충만한 사랑의 기억으로 이겨내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인간의 운명과 사랑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주제를 수준 높게 형상했다는 평이다. "그 무엇을 잊지 않기 위해 여자는 머리를 비우고, 그래서 결국은 언제나 기억한다. 어둠을 보고 빛을 기억하듯 사랑의 기억은 한 번도 여자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것. 하나의 경험을 다른 사람하고 완전히 나누었다는 것…."(291쪽)이 밖에 첫 소설 `늪 주변`, 등단작 `사랑의 기쁨` 등이 담겼다. 문학평론가의 해설, 김지원을 추모하는 문우들의 글도 함께한다. 그녀를 사랑하고 아끼는 문인들이 함께했다. 표지는 소설가이자 문인들의 캐리커처로 유명한 소설가 이제하가 디자인했다.특별 보급판으로 출간 후 1년 동안 보급가로 판매된다. 300·368·316쪽, 각 권 5000원,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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