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홈페이지나 티켓예매사이트 혹은 스마트폰 앱 등으로 영화표를 예매하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인지 일부 영화관의 전화 음성응답자동장치(ARS)를 통한 예약시스템은 허술하기만 하다. 26일 상영작을 보려고 서울 롯데시네마 중 시설이 가장 좋다는 곳에 예약을 시도한 관객은 낭패를 봐야했다. 안내와 달리 상영프로그램이 업데이트 되지 않은 상태였다. 전국 99개 영화관 모두 대표번호인 1544-8855로만 전화예약이 가능하다. 지역→세부지역→영화관 설정을 하고 나서야 마침내 “영화예약은 상영예정일 3일 전부터 두 시간 전까지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를 들을 수 있다. 사흘 전인 23일부터 이틀 전인 24일까지 계속 전화를 해 또다시 지역→세부지역→영화관→세부영화관→날짜 선택을 했으나 여전히 “상영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멘트만 반복될 뿐이다. ARS 안내멘트를 다 듣고 절차를 따르는 데는 10여분이 소요된다. 같은 절차를 반복하자니 상당한 인내심이 요구된다. 어렵게 연결된 해당 영화관 직원은 “요즘은 스마트폰 앱 등으로 예매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내부적으로 ARS 운영방법 변경을 논의 중으로, 그 과정에서 상영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인터넷 구매나 현장구매로 거의 빈 자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ARS만 믿다가 관람에 좋은 자리를 선점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지난해 기존의 영화관을 밀어내고 문을 연 서울 시내 또 다른 롯데시네마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는 26일 상영되는 8개관 영화를 모두 예매할 수 있었으나 ARS로는 2개 영화에 대한 안내만 나왔다. 그나마 해당번호를 눌러도 작동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툭하면 “시간이 초과됐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온다. 롯데시네마 홍보팀 직원은 “본사는 ARS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며, 상영영화 시간표를 ARS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은 각 영화관의 소관”이라며 “ARS로 예약이 가능한 영화관은 롯데시네마 뿐으로 전 지점에 제때 영화시간표를 입력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예약’은 좌석을 예약하고 영화시작 20여분 전까지 현장에 가서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다. ‘예매’는 신용카드 등으로 미리 영화표 값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전화 예약시스템을 방만 운영하는 롯데시네마는 선불하지 않는 고객들을 홀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메가박스는 대표번호 1544-0070을 통해 전화예매를 선택하면 생년월일과 휴대전화번호를 모두 입력하도록 한 뒤 절차가 진행된다. 26일 오후 2시 코엑스 지점 8관에서 상영되는 ‘변호인’을 선택했더니 갑자기 해당영화와 상관없는 “퍼스트클럽 2관은 전화예매가 불가하다”는 멘트가 나온다. 다시 시도해도 결과는 같다. 볼 영화를 고르기도 전에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일뿐더러 시스템 오류로 인한 불편도 상담원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는 문의할 방도가 없다. 3대 멀티플렉스극장 체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CJ CGV는 전화예매를 위한 번호를 찾는 것조차 어렵다. 대표전화인 1544-1122로 전화하면 “상담원을 통한 영화예매나 취소는 불가하며 홈페이지나 1544-2280에서 직접 ARS로 예매 가능합니다”는 녹음이 나온다. 안내된 번호로 다시 전화해야 한다. 아예 시작부터 “관련법령에 의해 티켓출력 본인확인에 필요한 생년월일과 휴대폰번호를 수집해 5년간 보유한다.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ARS예매를 할 수 없다”며 개인정보부터 요구한다. 대형 복합상영관들은 ARS를 사용하는 관객수가 점점 줄고 있으나, ARS를 통해 예약이나 예매를 하는 고객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상 이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멀티플렉스들이 공격적 세 확장으로 작은 영화관들은 점점 사라지고, 이들 체인으로 대신되는 추세다. 하지만 인건비 절감 등의 이유로 전화 구두예약이 사라지고, ARS 사용이 불편할 경우 상담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아지면서 문화소외계층의 영화관람 기회는 더욱 박탈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이 불가하거나 스마트폰은커녕 휴대폰도 없는 노인이나 빈곤층 등은 가장 대중적인 문화체험으로 손꼽히는 영화관람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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