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 삼성디자인학교(SADI) 기초학과 교수가 일본 도쿄 왕립 우에노모리(上野森) 미술관에서 ‘소통’을 주제로 5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우에노모리 미술관은 1879년 설립된 일본 최고(最古)의 미술가단체인 일본미술협회가 운영하는 저명한 미술관으로 1972년 설립됐다. 일왕 일가가 늘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어 전시회 초대작품도 다소 배타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디자인 분야를 제외한 순수미술 분야에서 한국인이 이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은 이정연 교수가 처음이다. “최근 좀 정체돼 있는 한일관계 때문인지 모르지만, 주최측으로부터 ‘소통’이라는 소재가 매력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이 교수는 지난달 30일 우에노모리 전시회를 개막했다. 국내외 미술계에서 ‘통섭화가’로 통하는 작가다. 서울대 동양화과 재학시절에는 판화,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 석사 및 컬럼비아 대학 박사과정에서는 서양화와 미술교육을 전문적으로 배운 덕분이다. 첫눈에는 서양화 구성으로 보이지만, 결국 핵심재료는 자개, 옻같은 한국 전통소재들이다. 이를 사용해 입체적인 색감을 구현해내고 있다. 숯, 조개, 종유석 가루에 이어 대나무, 화산재, 뼛가루까지 자연에서 채집한 재료들을 나와 남, 안과 밖, 대지와 토양 등으로 표현해 낸다. 재료부터 구성까지 전례의 용어로 특정하기 어려운 이질적인 흐름인 듯 싶지만, 결국 완성된 작품은 자연미가 어떤 작품보다 유기적으로 잘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다. “모자이크 같은 딱딱함보다는 비빔밥같은 부드러운 소통과 조화에 주안점을 둔 작품들”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한·일관계가 예전같지 않은 탓에 일본 문화계에서 한류인기가 많이 식은 것이 사실이다. 그마나 대중문화 편식이 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이 교수의 일본 개인전은 한국 순수미술의 진입이라는 점에서 현지 예술계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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