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계가 옛 미국 대사관 숙소 터인 경복궁 옆 서울 송현동 대지에 `책의 전당` 건립을 제안했다.  책나라연대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출판도시문화재단, 한국기록관리협회, 한국도서관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등은 11일 정부에 책의전당 건립을 건의하고 나섰다.  이들은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에서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역사문화벨트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면서 "이런 역사적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독립국가의 위신을 바로 세운다는 차원에서도 이 부지의 활용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한진그룹이 소유한 이 땅에서는 호텔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관광진흥법, 학교보건법 등의 제약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이들은 "정부가 대기업이 이 부지에 호텔을 건립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자 한다. 관련법을 개정해 제약을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호텔 건립보다는 역사문화벨트에 어울리는 사업으로 물꼬를 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송현(松峴)`은 소나무 언덕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에는 사간원과 소격서 등이 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식산은행원 숙소, 광복 이후에는 정부가 미국에 빌려줘 미국 대사관 숙소로 이용됐다. 정부는 2000년 IMF 외환위기 때 이를 삼성생명에 1400억원에 매각했다. 2008년 삼성생명은 이를 다시 한진그룹(대한항공)에 2900억원에 팔았다. 한진그룹은 이 곳에 7성급 한옥호텔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서울중부교육지원청은 법에 따라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를 열고 불허를 결정했다. 경복궁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이다. 풍문여자중·고등학교, 덕성여자고등학교에서는 50m에 불과한 `상대적 정화구역`이다. 학교보건법에 따라 숙박시설은 학교 주변 50m 이내에 설치할 수 없다. 2010년 12월 한진은 서울중부교육지원청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2년 6월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그러자 같은해 8월 "모든 종류의 호텔을 학교보건위생 저해 시설로 규정하는 학교보건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해 10월 정부는 유해한 부대시설이 없는 관광숙박시설에 대해서는 정화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일부에서 `대한항공 특혜법`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이유다. 한진그룹은 송현동에 호텔뿐 아니라 다목적 공연장과 갤러리, 쇼핑센터와 같은 복합 문화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책나라연대 등이 주장하는 책의전당은 도서관·박물관·기록관을 융합한 것이다. 한진그룹, 정부와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았다. 한상완 한국기록협회 회장은 "제안을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동에 호텔 대신 왜 책의전당이냐는 물음에는 "최초의 금속활자인 직지를 만든 나라인데 이런 인프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종합적인 공간과 상징성이 이쪽 벨트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세종문화회관,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민속박물관 등의 문화자원과 연계한 문화벨트를 만들자는 것이다. 한진그룹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인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한진이라는 좋은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정당한 평가를 해주고, 다른 곳에 좋은 호텔을 짓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날 하루 아침에 진행할 사안도 아니고, 예산도 많이 든다. 국가적인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진행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내세우는 `창조경제`에도 책의전당이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문화가 경제를 만드는 시대"라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인 박은주 김영사 대표는 "융숭한 정신문화를 체계적이고, 거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책의전당이 지금 시점에서 건립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면서 "우리 후대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는 하나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책나라연대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책의전당과 관련한 논의를 해왔다. 공개 토론회 등을 열어 논의를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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