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적인 정치가 벌어지는 곳, 로라 J 밀러 `서점 VS 서점`      서점 VS 서점 (로라 J 밀러 지음 / 한울아카데미 펴냄) “체인서점에 대한 독립서점, 노동자, 시민의 비판 가운데 첫 번째는 일상생활에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다. 체인서점의 표준화된 효율성은 모두 비슷한 상점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공헌했다. 고객의 충동구매만을 유도하기 위한 매장의 구조, 업무 매뉴얼에 쓰인 종업원의 획일화된 인사방법,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 신중하게 설치된 비디오카메라 등, 모든 것이 예전에 상품을 사고팔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을 철저히 제한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공헌했다.”(314쪽) 로라 J 밀러 미국 브랜다이스대학 사회학과 조교수가 펴낸 ‘서점 VS 서점’은 미국 도서산업의 초기부터 현대의 대형 체인서점까지, 미국 서점의 변천 과정을 보여준다. 서점의 상업화 과정, 체인서점과 독립서점 간 갈등, 서점 직원의 노동과 독자의 서점 이용 등 폭넓은 범위의 쟁점을 다룬다. 미국 서점의 사례이나 기업화된 체인서점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독립서점의 갈등과 긴장, 대형서점에 대한 특혜, 독립서점(동네서점)의 쇠퇴 등은 오늘날 한국서점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디지털매체의 발전과 더불어 도서산업은 많은 변화를 겪었고, 지금도 그렇다. 특히 ‘종이’책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게 여겨진다. 온라인서점의 영향으로 사양길로 접어든 동네서점에 대한 논의 역시 도서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문제다. 밀러는 수많은 참고문헌을 비롯해 도서산업 종사자, 서점 방문 독자를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도서산업을 푼다. 특히 서점이 변화해온 과정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문화와 산업의 긴장이 빚은 서점과 관련한 대중의 소비와 행동 양상을 보여준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21세기 초에 이르기까지는 책이 다른 것과는 명백히 다르다는 변함없는 믿음이 존재해왔다”면서 “사람들에게는 책이 다른 상품처럼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으로 비춰지는 데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고 짚는다. “따라서 신성한 것을 지나치게 상품화하려는 현대의 판매 촉진 기술은 상당한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본다. 밀러는 결국 서점 역시 개인적인 소비를 넘어 일상적인 정치가 벌어지는 곳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서점의 우려와 걱정이 단지 이곳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독자 역시 직면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2) 과학만화, 내일은 실험왕 `탄생과 성장`     내일은 실험왕 26, 탄생과 성장 (스토리 a 지음 / 아이세움 펴냄) 독일로 돌아갔던 세나는 철저한 계획과 피나는 연습으로 전국실험대회에서 우승하고 독일 대표 올림피아드 출전권을 획득했다. 올림피아드 준비만으로도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핸드볼을 좋아하는 막스, 미술이 취미인 소피, 바이올린 연주회가 코앞인 벤까지 실험반 아이들은 실험 연습보다 각자의 생활로 바쁘다. 보다 못한 세나는 이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실험을 준비한다. 과학실험 만화인 ‘내일은 실험왕 26-탄생과 성장’의 줄거리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물의 탄생과 성장에 관한 교과서 속 핵심 내용뿐만 아니라 세균의 번식, 달걀의 부화, 아기의 탄생 등 생물의 생식 등을 알려준다. 또 과학 교사와 과학 전문 교육 기관의 감수를 바탕으로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식물의 구조와 기능 단원에서 식물의 암술과 수술, 밑씨와 씨방 같은 식물의 구조를 알려준다. 5학년 1학기 작은 생물의 세계 단원에서는 젖산균 같은 미생물의 번식 방법, 중학교 3학년 2학기 생식과 발생 단원에서는 정자와 난자, 수정과 발생 등을 정리했다. 정보 페이지에서는 감씨 관찰을 통해 감씨 속에 들어 있는 배와 배젖을 살펴보며 식물의 씨 구조와 번식에 필요한 요소를 알아본다. 요구르트 만들기 실험을 통해 젖산균이 번식해 우유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 또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해 DNA가 어떻게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복제해 다음 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지를 밝혀낸 과학자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을 만나본다. ‘생활 속 과학’에서는 정자와 난자의 특정, 수정란 형성, 시기별 태아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고 ‘대결 속 실험하기’ 코너에서는 본문에 나온 달걀 부화 실험을 더 생생하게 접할 수 있도록 21일간 실제 실험한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3) 당신의 삶, 안녕하신지…이택광 `인생론`    인생론 (이택광 지음 / 북노마드 펴냄) 지난날 사람들은 삶의 방향을 잃었고, 아파했으며, 위로 받기를 간절히 원했다. ‘힐링’ 담론이 우리 사회를 뒤덮었지만 사람들은 치유되지도, 삶의 방향을 찾지도 못한 채 다시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괜찮다고 믿고 살아오던 대한민국 국민들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한 물음으로 인해 크게 일렁였다. 우리들 대부분이 안녕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아팠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고 있었던 탓이다. ‘인생론’은 당신의 인생은 안녕하신지를 되묻는 책이다. 물론 ‘인생론’이라는 제목을 보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해답을 찾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자기계발서’가 필요했던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택광의 ‘인생론’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법’을 전수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말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삶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우리가 안녕하다고 믿으며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던 저마다의 ‘인생’과 눈을 마주쳐야 함을. 그 삶이 여전히 상처 때문에 아파하고 있는지, 어느새 치유돼 작은 흉터만 남았는지 스스로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들 아프니까 나도 ‘힐링’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상처가 나긴 했는지 얼마나 아픈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부터 스스로 봐야 한다. 생채기를 들여다보는 일을 두려워 말고 인생을 스스로 진단해야 한다. 이씨는 말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법을 묻고 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위로해서는 안된다고. 낡은 철학이 죽어가고 안녕하지 못한 것들을 ‘힐링’해줄 수 있는 무엇조차 없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당신 스스로의 인생론’이다. 당신의 인생이 어떠한지를 묻고 철저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사유하며, 스스로에게 안녕한지 물어야 할 때다. 포기하지 않고 삶을 들여다보고, 생각하며, 살아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인생론이다. 2014년 대한민국의 당신에겐 힐링 담론도, 자기계발 담론도 없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타인에게 묻지 말고 당신의 인생이 어떠한지 스스에게 묻는 인간, 인생을 사유하는 인간의 시대다. 새로운 인간의 탄생, 철학자의 탄생이다.    (4) 이것이 최적, 조선선비들처럼…김병완 `초의식 독서법`       초의식 독서법 (김병완 지음 / 이템포 펴냄)  미국인 6.6, 일본인 6.1, 프랑스인 5.9, 중국인 2.6, 한국인 0.8(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실태 조사 보고서. 2011) 성인기준 국가별 월평균 독서량을 나타내는 숫자다. 한국인의 독서량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터무니 없을 정도로 낮게 조사됐다. 중국조차 우리의 3배 이상의 독서량을 보이고 있다.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로 이름을 알린 작가 김병완은 신간 ‘김병완의 초의식 독서법’에서 독서의 양적 수준차는 독서법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국인을 위한 최적의 독서법으로 조선 선비들의 독서법을 제안한다. 혼자 조용히 집중해 읽고 생각하고 쓰고 요약하는 초의식 독서법이 우리에게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먼저 제 생각을 정리한 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그 후에 생각을 기준으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취사선택이 가능하게 된다. 어느 정도 자신의 견해가 성립된 후 선택하고 싶은 문장과 견해는 뽑아서 따로 필기해서 간추려놓아야 한다. 그런 식으로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자신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뽑아서 적고 보관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재빨리 넘어가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 독서를 하면 백 권의 책이라도 열흘이면 다 읽을 수 있고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초의식 독서법을 몸과 마음에 온전히 체득하게 되면 책이 전달하는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의 습득 차원에서 벗어나 해당 책의 저자와 책 속에서 만나게 된다. 김씨는 “그와 이야기하고 논쟁하고 씨름하게 되며 그 결과 오롯이 자기 자신만의 의식이 만들어져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된다”고 귀띔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게 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5) 책에 관한 책의 고전, 앙리 장 마르탱 `책의 탄생`    중국에서 발명된 종이가 아랍을 통해 유럽으로 전해지고 15세기 중반 구텐베르크가 활판인쇄술을 발명했다. 이후 등장한 인쇄된 책은 당시 서구 사회에서 완전히 새로운 발명품이었다. 수많은 필경사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필사본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던 이전 시기에 책은 권력자들과 귀족, 일부 엘리트 계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인쇄술로 인해 책은 불특정 다수에게까지 전파됐고, 변화와 전환의 시대가 도래했다. 책에 관한 책 중 고전으로 통하는 `책의 탄생`이 프랑스 출간 56년 만에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프랑스 아날학파의 창시자인 뤼시앵 페브르가 방향을 제시하고 제자 앙리 장 마르탱이 집필했다. 아날학파는 역사 연구의 방향을 단순히 정치·군사·외교적 측면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경제사를 포함, 종합적으로 추구하는 학파다. 이에 따라 책이 조명하고자 하는 부분은 책의 출현이 가져온 시대상의 변화다. 즉, 인쇄술이 유발한 사회경제적 변화다. 인쇄된 책이 탄생한 이후 당시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으며, 서구 유럽이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책이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따진다. 인쇄술 발명 당시의 사람들과 인쇄 장인이자 인문주의자였던 이들의 인쇄 작업장, 종이 수급과 재정 문제, 활자 발명과 서체의 문제, 원고 출간, 쪽 구성, 책의 전반적인 형태, 영업망 구축과 박람회, 인쇄소와 책의 지리적 분포, 저자·삽화가·서적행상인·인쇄업자들의 상황, 윤허권·저작권과 무단복제의 문제 등 모든 측면을 거시적인 사회사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원서로는 590여쪽, 번역본으로는 본문만 764쪽이다.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워낙 방대해 두 공저자 외에 몇몇 절은 네 명의 전문가가 썼다. 본래 이 책은 프랑스의 역사학자 겸 철학자 앙리 베르가 기획한 `인류의 진화` 총서 중 49권에 해당한다. 그는 이미 1930년께 페브르에게 이 책을 책임지고 써달라는 부탁을 한 바 있다. 본문은 총 8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히 8장은 스승의 타계 후 앙리 장 마르탱이 가장 공들여 집필한 부분으로 이 책의 핵심이 잘 녹아들어 있다. 책이 인문주의, 종교개혁, 언어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스승의 타계로 홀로 마지막장을 집필한 마르탱은 "책이라는 것은 어쨌든 사람이 갖고 있는 신념을 눈에 보이는 실체로 보여준다"면서 "특정 사상이 반영된 책을 소유함으로써 그 사람의 생각은 물리적으로 구체화된다"고 짚었다. "책은 이미 확신을 갖고 있는 자들에게 논거를 제공해주는 도구로 활용되고, 이들이 스스로의 확신과 신념을 더욱 심화시키고 구체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강주헌·배영란 옮김, 770쪽, 3만8000원,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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