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깍쟁이 소녀, 어촌 오다…박형권 `아버지의 알통`    아버지의 알통 (박형권 지음 / 푸른책들 펴냄)이혼한 엄마와 함께 도시에서 살던 ‘나라’는 엄마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자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사는 어촌으로 내려와 살게 된다. 도시의 아침을 깨우는 달콤한 카푸치노 향기 대신 짭짤한 파도 냄새만 자욱한 어촌에서 나라는 걸핏하면 송어회를 들이미는 아빠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학교 적응도 만만치 않았다. 나라를 ‘도시 깍쟁이’로 취급하며 텃세를 부리는 친구들과 날마다 부딪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어촌 학교 친구들과 함께 맑고 푸른 바닷가 마을을 누빈다. 그렇게 나라는 자연 속에서 정직하게 일하는 아빠와 어촌 사람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조개 밭에 폐유를 뿌린 범인이 친구 영태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영태는 행방불명이 된다. 며칠 뒤 나라에게 영태의 유서가 도착하고 치끝머리 바위 위에서 영태의 운동화가 발견된다. 친구들은 영태를 마음에서 떠나보내기 위해 영태가 남긴 ‘길 찾기 게임’ 여정에 나선다.‘아버지의 알통’은 도시에서만 살던 중학생 ‘나라’의 바닷가 마을 정착기를 그린 청소년소설이다. 나라와 함께 큰말 사총사로 거듭난 명애, 동월, 영태 그리고 어수룩하지만 순박하고 누구보다 큰말을 사랑하는 나라의 아빠 ‘박병달’까지 다채로운 인물이 가득하다. 처음에 나라는 촌스럽고 착해 빠진 아빠가 답답했지만 소중한 어촌 마을을 지탱하는 버팀목인 아빠의 ‘알통’을 발견하며 차츰 그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이야기 속 바다는 휴가를 연상시키는 에메랄드 빛이 아니다. 오히려 어촌 주민들의 애환과 나라의 달콤하고 쌉싸름한 사춘기가 스며있는 묵직한 바다다. 책에는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한 번 잃으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자연을 크고 작은 욕심과 맞바꾼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에드거 앨런 포, 소름끼치는 시인이기도 했다…`꿈속의 꿈`    꿈속의 꿈 (에드거 앨런 포 지음 / 아티초크 펴냄)  “포는 가장 클래식한 미국 작가다. 그는 그가 살았던 시대보다 특별히 더 우리의 새 시대와 호흡이 맞는다.”(비틀스) 짧은 생을 불안에 시달리다 떠난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자주 악몽을 꿨다. 사촌동생이자 아내인 버지니아가 폐결핵으로 각혈한 1842년부터, 결국 숨을 거둔 1847년까지의 시간은 특히 그랬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그의 시나 단편소설의 소재가 됐다.  “내가 슬피 우는 사이에! 오 하느님! 좀 더 꼭 쥐어도. 그것을 잡을 수는 없는 건가요? 오 하느님! 이 무정한 파도로부터. 모래 한 알도 건질 수 없는 건가요? 우리가 보고 믿는 것은. 모두 꿈속의 꿈일 뿐인가요?”(꿈속의 꿈) ‘꿈속의 꿈’은 버지니아의 죽음에 자살을 기도했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뒤 쓴 작품으로 아름다운 여인의 이른 죽음이 모티프다.  “나는 날이 밝기를 고대했다, 슬픔을 잊으려, 죽은 르노어, 그녀를 잃은 슬픔을 잊으려, 보기 드문 빛나는 소녀 르노어, 천사들이 이름 지은 르노어, 그녀를 잊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여기서는 영영 무명인 그녀, 영영.” 포의 가장 많이 알려진 시 ‘까마귀’(The Raven)도 잃어버린 연인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노래한 작품이다. 포는 사랑을 잃고 휘청거리다 행려병자로 미스터리한 최후를 맞는다.  “‘까마귀’와 ‘애너벨 리’는 처음 읽을 때나 천 번을 읽은 다음이나 똑같이 매력적이다. 뛰어난 예술가 중 가장 뛰어난 예술가, 타고난 문학의 귀족.”(조지 버나드 쇼) 포는 그의 대다수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샤를 보들레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 프로 축구팀 볼티모어 레이븐스는 포가 볼티모어에 묻혔다는 이유로 ‘레이븐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밴드 ‘비틀스’부터 래퍼 에미넘까지, 영화 ‘배트맨’부터 ‘인셉션’까지, 포의 시는 세계 팝 컬처에 가장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영문학으로 평가받는다.  포의 시선집 ‘꿈속의 꿈’은 추리소설가라는 명성 때문에 국내에서 시인으로서는 과소평가된 포를 재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꿈속의 꿈’ ‘까마귀’를 비롯해 ‘울랄룸’ ‘애너벨 리’ 등 몽환적이면서도 애수를 자아내는 25편의 시가 실렸다.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등 추리소설로 유명한 포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밤은 부드러워’ 등 다수의 영문학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 공진호가 번역을 맡았다. ‘까마귀’의 유명한 문구인 ‘nevermore’를 ‘영영’으로 번역하는 등 음악적 효과를 고려했다. 기존 번역에서는 ‘더 이상은 없어’ ‘이젠 끝이다’ 등으로 옮겨졌다.  아트 디렉터 샘 쿠가 디자인을 총괄, 3가지 사이즈로 나왔다. 단독으로 쓰일 때보다 쉽게 저자의 이름임을 알 수 있다는 이유로 올바른 외래어 표기규정인 ‘포’가 아닌 ‘포우’를 사용한다.     맛도 다문화…신예희 `여행자의 밥, 우리동네에서 세계의 먹자골목을 만나다`  여행자의 밥2, 우리동네에서 세계의 먹자골목을 만나다 (신예희 지음 / 이덴슬리벨 펴냄) 어느 여행사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좋아하는 형태에 따라 ‘여행 혈액형’을 구분할 수 있다. 모험을 좋아하는 A형, 도시형인 C형, 휴식을 중시하는 리조트파 R형…. 하지만 다른 성향의 여행자라도 맛있는 현지음식을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식도락 여행 전문가 신예희는 불가리아, 위구르, 말레이시아 등지를 배낭여행하며 그곳의 음식여정을 담은 ‘여행자의 밥, 한 끼의 식사가 때론 먼바다를 건너게 한다’에 이어 국내 다문화 거리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여행자의 밥2, 우리 동네에서 세계의 먹자골목을 만나다’를 펴냈다. 이태원에 가면 달콤한 중동 과자, 터키 홍차 한 모금이 있고, 가리봉동에 가면 어른 팔뚝 만한 왕꽈배기, 창신동에 가면 양고기가 든 호쇼르가 있다. 또 혜화동에는 일요일마다 필리핀 벼룩시장이 서고 창신동에는 네팔 거리, 건대 앞에는 골목 가득 양꼬치만 파는 곳이 존재한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로 떠나지 않아도 이태원 이화시장길에서는 아프리카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굳이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도 주위만 잘 둘러보면 이국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일상이 돼버린 우리 곁의 다문화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생각도 열어준다. 저자는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지 10여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 다문화는 저 먼 나라 이야기,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방인들의 세계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때로는 다문화 거리, 다문화 가정을 향한 불편한 시선을 만나기도 한다. 동네 곳곳에 숨은 다문화의 맛을 통해 ‘다름’의 차이를 흥미롭게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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