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연극계에서 비수기로 통한다. 매년 관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겨 정설로 굳어졌는데, 올해는 보기 좋게 깨졌다. 게다가 이미 작품성을 인정 받은 화제작들이 대거 쏟아진다.  연극계 관계자는 "최근 연극계가 로맨틱 코미디와 일부 마니아적 성향이 강한 공연들로 양분화됐다"면서 "작품성 있는 공연에 목말라하는 연극 팬들을 겨냥한 틈새 시장의 적극적인 행보"라고 짚었다. ◇믿고 보는 고전 `에쿠우스` `맥베스` `관객모독` ○…`에쿠우스`는 극단 실험극장의 창단 54주년 기념공연이자 제174회 정기공연이다. 영국 작가 피터 셰퍼의 1973년 동명 작품이 원작이다. 1973년 영국 초연 당시 살인, 섹스 같은 파격적인 소재와 배우들의 전라 연기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1975년 극단 실험극장이 개관적으로 국내 초연했다. 말 6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16세 소년 `앨런`의 범죄 실화가 바탕이다. 2008년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해리 포터`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앨런`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강태기, 송승환, 최재성 , 최민식, 조재현 등 연극계 스타들이 거쳤다. 이번 무대에서는 안석환과 김태훈이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트`, 지현준과 전박찬이 앨런을 번갈아 맡는다. 앨런의 여자친구로 마력을 지닌 `질 메이슨`은 표영주와 윤정은이 나눠 맡는다. 배우들은 과감한 노출신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3월14일부터 5월17일까지 서울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연출은 이한승씨가 맡는다. 4만원. 02-889-3561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은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선보인다. `450년 만의 3색 만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국립극단의 셰익스피어 첫 기획 작품이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화려하고 강렬하면서 시적 리듬이 빼어난 작품으로 손꼽힌다. 셰익스피어의 또 다른 작품 `리어왕`으로 호평 받은 이병훈씨가 연출한다. 현대인의 욕망과 무의식을 투영, `맥베스`의 현대성을 극대화시킨다는 의도다. 마녀의 달콤한 예언과 아내의 부추김에 빠져 왕을 살해하고, 나락에 떨어지는 장군 `맥베스`는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로 주목 받은 박해수가 연기한다. 맥베스의 부인으로 남편을 왕위에 오르게 하나, 나중에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불안과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레이디 맥베스`는 `혜경궁 홍씨`로 새삼 연기력을 입증받은 김소희가 맡는다. 3월 8~23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1688-5966 ○…1976년 창단한 극단76단의 대표작인 `관객모독`은 극작가 피터 한트케의 작품이다. 기존 연극의 형식을 부정한 `반(反) 연극`의 상징작이다. 배우들이 대사를 제멋대로 띄어 읽거나 반복하는 등 기존 언어의 문법과 틀을 깨부순다. 객석을 향해 욕설과 조롱을 퍼붓는다. 특히 마지막에 객석에 물세례를 퍼붓는 것으로 유명하다. 극단76단의 대표이기도 한 배우 기주봉을 비롯해 정재진, 주진모, 전수환, 고수민 등 연기력으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KBS 2TV 드라마 `굿닥터`에서 소아과 레지던트 `우일규` 역으로 주목 받은 윤박이 이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극단 목화에서 활동한 이주희도 나온다. 연출가 김낙형 씨가 지휘한다. 3월7일부터 6월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2관 무대에 오른다. 3만~4만원. 1544-1555 ◇초연 화제작 앙코르 무대 `엠버터플라이` `과부들` `나와 할아버지` `유쾌한 하녀 마리사` ○…2012년 초연 당시 마니아층을 구축한 연극 `엠.버터플라이(M.Butterfly)`가 2년 만에 돌아온다.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이다. 1986년 국가기밀 유출혐의로 법정에 선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탈리아 작곡가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한 작품으로 1964년 중국 베이징이 배경이다.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가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고 여주인공인 중국배우 `송릴링`에게 매료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르네 역에는 연극 `스테디 레인`의 이석준과 연극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로 호평 받은 이승주가 더블캐스팅됐다. 송으로는 초연에 이어 김다현이 합류한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로 눈도장을 찍은 전성우가 같은 역을 맡는다. 초연에 이어 연출가 김광보씨가 지휘한다. 3월8일부터 6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1관 무대에 오른다. 연극열전. 02-766-6007 ○…2012년 국내 초연 당시 평단의 호평을 휩쓴 백수광부의 `과부들`도 2년 만에 공연한다. 칠레 출신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과부들`은 고문으로 인해 살해된 남자들이 부패한 상태로 강으로 떠내려오자 과부들이 하나 둘 모여 서로 자기 남편이라고 우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독재정권으로 행복을 잃은 사람들의 애환과 죽음보다 못한 삶을 그린다. 예수정, 한명구, 전국향, 이지하 등 대학로 연기파가 출동한다. 극단 백수광부를 이끄는 연출가 이성열씨가 지휘한다. 2만~3만5000원. 한국공연예술센터. 02-3668-0007 ○…지난해 남산 희곡 페스티벌 낭독 공연에 이어 같은 해 7월 초연 당시 평균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한 `나와 할아버지`는 4월20일까지 아트원시어터 2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멋진 멜로드라마를 쓰고 싶지만, 혈기만 왕성한 공연대본작가 `준희`가 외할아버지가 전쟁통에 헤어진 옛 연인을 찾아 나서는데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준희의 눈을 통해 바라본 할아버지의 삶이 마치 한편의 수필처럼 솔직하고 담백하게 이어진다. 김승욱, 오용, 진선규, 이희준, 홍우진, 정선아 등이 출연한다. 민준호씨가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3만5000원.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1600-8523 ○…2012년 14대 1의 경쟁을 뚫고 `제2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 참가작으로 선정, 초연 무대를 선보인 `유쾌한 하녀 마리사`가 2년 만에 돌아온다. `고래` `나의 삼촌 브루스 리`의 소설가 천명관씨의 첫 희곡으로 기발함과 유쾌함이 돋보인다. 바람난 남편 때문에 좌절한 `요한나`의 자살기도가 하녀 `마리사`의 유쾌한 실수로 인해 일순간 살인사건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3월 6~23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볼 수 있다. 서정연, 박호산, 김태근이 출연한다. 연출 김한길, 무대 디자이너 여신동씨가 힘을 보탠다. 3만원. 극단 맨시어터. 02-744-7661 ◇신작과 국내 초연 `환도열차` `무대게임` ○…`환도열차`는 지난해 연극 `여기가 집이다`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과 희곡상을 수상한 장우재씨가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극중 등장하는 `환도(還都)열차`는 실제 우리 역사에 나온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후 1953년 부산에서 출발, 피란민들을 싣고 서울로 향한 열차를 말한다. 전쟁이 끝났다는 설렘을 안고 환도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이 만들고자 했던 서울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 어떻게 다른지 상상한 것이 모티브가 됐다. 1954년 부산에서 떠난 환도열차가 2014년 서울에 나타났다는 설정에서 시작된 판타지 작품이다. 열차 안 시체들 사이에 살아남은 `이지순`이 남편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21명의 배우들이 40여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예술의전당이 올해 기획 공연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공연 `SAC 큐브`의 첫 작품이다. 3월14일부터 4월6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2만5000~4만원. 예술의전당 쌕티켓. 02-580-1300 ○…극단 프랑코포니는 신작 연극 `무대게임`을 선보인다. 몰리에르 프랑스어권 최고극작가상을 받은 극작가 빅토르 아임의 작품이다. 단 두 명의 배우만이 등장하는 2인극으로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세계 유명 여성작가 겸 연출가인 `제르트뤼드`와 멋진 재기를 꿈꾸는 여배우 `오르탕스`가 공연 연습을 위해 한 극장의 빈 무대에서 만나면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두 사람의 다정했던 대화는 유머로 무장한 전투가 되고 이 과정을 극장 안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명 디자이너 바티스트가 함께 한다. 불문학자 김보경씨가 번역했다. 극단 상임연출가 카티 라팽 한국외대 프랑스어과 교수가 연출한다. 극단 대표이기도 한 임혜경씨가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했다. 3월 11~30일 대학로 게릴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연극배우 김시영, 임선희가 출연한다. 쇼앤라이프. 02-743-6487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