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행`을 채운 65가지의 감성을 자극하는 글과 사진은 모두 채지형(42)이 쓰고, 찍었다. 그녀는 1994~2014년 세계 여행을 하며 그때의 순간들을 노트에 빼곡히 담았다. 그리고 그것은 `안녕, 여행`이 됐다. 느끼고, 배우고, 사랑하는 것들이 있는 여행 노트를 흘끗 훔쳐보는 것은 독자들에게 두근거림을 안겨준다. `안녕, 여행`은 훌쩍 여행을 떠나는 용기를 가지지 못한, 하지만 여행의 열정만은 누구 못지않은 사람 혹은 채씨처럼 머무는 일보다 떠나는 일이 많은 이들에게 슬며시 말을 건다. 한 번 떠나보라고. "힘들 때, 외로울 때. 행복할 때, 기쁠 때 혼자서 또는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틈만 생기면 여행 계획을 세우고 틈이 나지 않으면 애써 시간을 만들어 배낭을 챙겼습니다. 누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닌데, 그렇게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했지요. 살아 있음이 감격스럽던 찰나들. 부드러운 한 줌의 미소와 한 입 빵에 눈물 흘리던 순간들. 문득 돌아보니, 여행은 제 인생 자체가 돼 있더군요." `안녕, 여행`을 조금씩 읽어 내려가면 세계를 여행한 그녀가 부러워지는 순간이 분명 온다.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훌쩍 떠나는 그녀의 용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읽으면 알게 된다. 그보다 더 멋진 여행을 나도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동안 시간이 없다고, 돈이 없다고, 두렵다고 외면했던 마음을 마주하고 여행을 떠나보자. 훌쩍 배낭을 둘러메고 떠났던 그녀처럼. 꼭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다. 어디선가 이끄는 커피 향을 따라 카페에 들어가 보고, 한 번도 탄 적 없는 버스에 몸을 실으면 된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여행이 될테니까. 채씨는 몸무게의 3분의 1인 15㎏짜리 커다란 가방을 메고 세계 여행을 떠났다. 태국, 네팔, 프랑스, 멕시코,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라오스…. 낯선 곳을 다녔고, 낯선 사람들을 만났다. 아무나 믿어서는 안 된다는 주위의 말에서 비롯된 낯선 이에 대한 경계. 그러나 꼭 닫았던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그들의 친절과 배려는 그녀의 얼었던 마음을 녹여버렸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함께 튀김을 팔았던 멕시코의 어느 할머니, 현지의 언어를 가르쳐주던 네팔의 아이들, 여행 중 마지막 남은 약을 망설임 없이 건네주던 산드라. 이들은 아무것도 얻을 게 없는 게 분명한데도 자신의 것을 스스럼 없이 나누고, 여행에서 받은 친절은 또 다른 여행자에게 돌려주면 된다고 웃으며 말한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은 그렇게 행복한 기억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준다. 우유니 사막, 에펠탑, 케이블 비치, 베니스,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다운 풍경들이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풍경 그리고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떠나왔다는 실감.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얼른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여행 노트에 글을 적는다. 이것이 그녀가 20년 간 여행을 다니며 해온 작은 노력이다. `안녕, 여행`은 그때의 기록이다. 여기엔 여행을 떠나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닌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꽃, 나무, 하늘, 그림 같은 익숙한 풍경도 여행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담았다. 이렇게 담겨진 사진과 글은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너무나 당연한 사실 하나를 짚어준다. 바로 우리 주변은 온통 사랑스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너무나 익숙해서 자신이 있는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를 때, 일상이 너무나 따분할 때, 반짝반짝 빛나던 날이 그리울 때 `안녕, 여행`을 꺼내보자. 272쪽, 1만3000원, 상상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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