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칠수와 만수`(작 오종우·이상우)는 1986년 초연 당시 400회 공연으로 서울 관객 5만명을 모은 기록을 썼다. 영화감독 박광수가 연출한 동명영화 역시 흥행 열풍을 이어갔다. `격정만리`(작 김명곡)는 연극으로 보는 한국 연극사다. 1991년 서울연극제 자유 참가작 선정이 취소되면서 이적성 여부를 놓고 공개 토론회까지 벌어졌다. `소리굿 아구/공장의 불빛`(작 김민기)는 극단 학전과 학전소극장 대표인 가수 김민기가 1970년대에 창작한 노래극이다.1970년대 후반, 한국 노동운동 현실을 그린 `공장의 불빛`은 공연 불가 판정을 염두에 두고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배포하는 실험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 세 편의 희곡이 책으로 처음 출간됐다.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이 펴낸 `지만지한국희곡선집`을 통해서다. 세 희곡을 비롯해 한태숙의 `서안화차`, 기국서의 `햄릿6: 삼양동 국화 옆에서`, 배삼식의 `열하일기 만보`, 이상우의 `늘근도둑 이야기` 등 총 11편이 책으로 독자와 처음 만난다.  이번 희곡선집에 초함된 희곡은 작가 57명의 대표작 총 112편이다. 개화기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문학사와 공연사에 길이 남을 희곡들이다.  1926년 한국 처음으로 표현주의 희곡 `난파`를 발표한 인재였지만, 연인 윤심덕과 세기의 스캔들로 더 유명한 김우진, 해방 전 뛰어난 기량으로 한국 연극사에 족적을 남겼지만 월북 이후로 조명받지 못한 함세덕·송영·임선규, 드라마센터를 세우고 후진 양성에 주력하다 생을 마감한 유치진의 대표작을 필두로 조광화·김재엽·성기웅·김민정 등 최근 연극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까지 고루 실었다.  기획위원인 양승국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지면이나 공연을 통해 발표된 한국 희곡 중 문학성과 연극성을 두루 갖춘 희곡만 엄선했다"면서 "당대 사회상을 반영하거나 문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들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희곡의 매력에 대해서는 "생동감 넘치는 한국어 구사를 통해 우리 정서를 오롯이 전한다"면서 "주제 면에서는 가족 갈등, 개인과 사회 갈등이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희곡 창작과 발전사가 격변을 거듭한 한국 근현대사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130쪽 내외, 7800~1만3800원, 세트 9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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