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민중미술가 강요배(62)가 날것의 매력이 가득한 작품을 들고 나왔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 깔아놓은 소묘 53점이다. ‘강요배 소묘: 1985~2014’란 제목으로 198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30년에 걸친 작업을 펼쳐놨다. 소묘를 통해 그 자체로 완벽한 ‘그림’을 맛보는 자리다. 사진이나 조각 등 기계가 개입한 것과는 다른 ‘그림’의 맛이다. 강씨는 “요즘 미술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없다. 그림과 미술을 혼동하면 안 된다. 조각이나 사진 등은 그림으로 볼 수 없다. 그림에 카메라가 개입하는 것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드로잉 전시를 마련했다. ‘진짜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림은 미술의 한 방식이고 그것의 핵심적 부분이긴 하지만 더 특수하다. 미술을 한다는 것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같이 생각하면 안 된다.” 1980년대 삽화가로도 활동한 그는 수많은 소묘작업으로 작가의식과 작품세계를 형성했다. 또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제주도로 돌아왔을 때 바닷가와 들판에서 풀꽃과 풍경들을 스케치했다. 4·3 사건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제주의 모습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섬 땅의 자연을 마음에 담았다. 이렇듯 소묘는 그의 큰 테마인 민중성과 리얼리즘의 근간이자 토대가 됐다. 전시장에 걸린 ‘돌하르방’ 작품은 강요배 고유의 압축과 침묵과 생략을 통해 완성됐다. 1998년 금강산과 평양지역 문화유적을 답사한 뒤 그린 ‘해금강’, 도서 삽화 등도 함께한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어느 비평가의 비유대로 아직은 모호한 어떤 마음을 낚는 일인지 모른다. 이 낚음 질에는 먼저 평정한 상태와 미끼가 필수적이다. 미끼란 외부 사물·생각거리 등 이른바 소재들이다. 미끼는 목표물이 아니다. 그것을 다루는 방식, 낚아 올리는 방식, 요리해 내는 방식을 통하여 마음은 드러날 것이다.”  전시는 3월30일까지다.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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