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학교에서 죽었다, 오쿠다 히데오 `침묵의 거리에서`  `침묵의 거리에서 1,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 민음사 펴냄) 소설은 13세 소년 ‘나구라 유이치’가 2층 높이의 중학교 운동부실 지붕에서 뛰어내려 학교의 자랑인 커다란 은행나무 그늘 속 도랑에 떨어져 사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실은 아이가 아직 집에 오지 않았는데요, 따로 보충 수업이나 서클 활동이 있나요?”(10쪽)당황한 어머니의 전화에 아이를 찾아 나선 교사가 소년의 죽음을 처음으로 목격한다. 실족 사고인지 자살인지, 아니면 다른 비밀이 있는지 수사에 나선 경찰과 학생을 보호하려는 학교의 의견이 갈리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죽은 남자애 손바닥하고 옷에 은행나무 껍질이 붙어 있었다더라고. 한 마디로 나구라 유이치는 운동부실 지붕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거야. 그럼 왜 지붕에서 나무로 뛰었겠어? 설마하니 아무도 없는 데서 저 혼자 그런 위험한 짓을 하지는 않았겠지?”(126쪽)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죽음에 분노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찾아 헤매는 유가족, 학교 폭력 주도자로 지목된 자녀를 필사적으로 보호하려는 가해자 가족, 끝내 비밀을 밝히지 않으려 애쓰는 중학생들, 전대미문의 스캔들에 당황하는 교사들, 흉악한 소년 범죄를 밝혀내려는 말단 형사, 새내기 기자, 젊은 검사들이 하나의 사건을 두고 분주하다. 소문을 퍼뜨리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입을 다무는 마을 주민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이 각자의 입장에서 펼쳐진다. 그 가운데 어른도 아이도 결국 가장 중요한 이야기, 소년을 죽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침묵한다. ‘방해’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등을 쓴 오쿠다 히데오는 ‘침묵의 거리에서’에서 기존 작품의 가벼운 분위기를 덜어냈다. 시종일관 진지한 톤과 깊이 있는 ‘다중 시점 기법’을 통해 읽는 이의 사고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질문한다. 속도감과 알기 쉬운 인물 심리 묘사로 책장은 빨리 넘어가지만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오쿠다 히데오식 사회파’를 완성했다는 평이다. 소년은 죽었지만, 사회는 여전히 쳇바퀴를 굴린다. 학교에서도 테니스 대회가 열리고 기말고사가 시작된다. 오쿠다 히데오는 그 온도 차를 봤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오쿠다 히데오는 소설 속 인물들의 침묵과는 대조적으로 이례적으로 소설 출간 후 인터뷰를 했다. “사람이 한 명 죽는다는 것은 정말로 큰 사건이라는 것, 그건 조금만 상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조금만 상상’해 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들 자기 일로 바쁘고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니까요. 저는 이번 연재에서 그 ‘조금만 상상’해 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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