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가장 큰 권력…박범신 `힐링` 힐링 (박범신 지음 / 열림원 펴냄) “누가 듣거나 말거나, 길 위에서 혼자 중얼거린 말들의 집합이에요. 소설은 밀실의 내 고유한 책상에 돌아가 앉아 쓰지만 여기 모인 말들은 천지사방 열린 길 위에서 쓴 것들이니 소소할는지 몰라요. 소소한만큼 더 진실하고 예쁠지도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주인이 된 문장들이라고.”(‘길 위에서’ 중) 작가 박범신(67)이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 3년 간 머물며 써내려간 짧은 글을 모은 ‘힐링’을 펴냈다. 벽에 그린 낙서처럼, 시 한 수 읊듯이, 이야기하듯이 또는 대화하듯이 적은 글들이다. 대작가의 소소한 일상이 묻어 있는 글인만큼 한편으로 쓸쓸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불현듯 삶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실감하게 하는 글귀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힐링’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위안과 휴식이 되는 글이 주다. “내가 서툰 건 나 자신에 대한 ‘힐링’이다. 자기연민, 아니면 자기를 용서하지 않는 것, 그 사이에 낀 나를 보는 건 괴롭다. 젊을 때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뒤끝이 긴 게 내 장점인 줄 알았다.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진실로 너그러워지려면 자신에게 먼저 너그러워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92쪽) 결국 책 속의 글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나면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박씨는 “사랑이 가장 큰 권력”이라고 한다. 고통과 외로움의 신랄함에 빠질지라도 여전히 사랑이라는 단단한 울타리가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비우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문”이라며 욕망을 좇으려는 마음과 욕망을 내려놓으려는 마음, 이 둘 사이에 균형을 잡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강조한다. ‘끝’이라고 쓰는 것이 제일 무섭다고 한 박씨는 모든 관계에서 희망의 끈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흐르고 머무니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영원히 갈망하는 것에 대해 아름다움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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