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0일 서울 홍대앞 자이갤러리에서 열린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 2013` 쇼케이스. 국악 기반의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의 연주가 울려퍼지자 현장에 있던 해외 음악관계자들의 눈과 귀가 모두 이 팀에게로 쏠렸다. 세계적인 록밴드 `U2`와 `롤링스톤스` 등을 프로듀싱하고 그래미 어워즈를 5차례 수상한 음악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화이트(59)는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주도하는 밴드"라고 치켜세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01학번 동기생인 이일우(32·기타·피리), 김보미(32·해금·트라이앵글), 심은용(32·거문고·정주)으로 구성된 잠비나이는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규모 월드뮤직 페스티벌·마켓인 영국 워맥스(WOMEX)에서 눈도장을 받는 등 유럽과 남아메리카 등지를 돌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에는 북아메리카 시장을 노크한다. `네이버 뮤직 초이스`의 후원을 받아 11~16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현지 최대 음악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 총 6차례 공연한다. 이 중 공식 쇼케이스는 무대는 3차례다. 보통 한 팀에에게 1회 주어지는 무대인데 SXSW는 이들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 2번의 기회를 더 줬다. 현지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무대다. 김보미는 "미국 청중은 반응이 빠른 것으로 아는데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일우는 "설레고 기쁘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거칠게 반응한다고 들어서 걱정"이라며 웃었다. 이일우는 해외에서 자신들을 주목 하는 이유에 대해 "본토에 없는 스타일의 음악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여겼다. "국악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기네들에게는 없는 거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나라마다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 신기했다. "저희가 매번 공연의 마지막을 `커넥션`이라는 곡으로 장식해요. 브라질 공연 당시 제가 거문고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객석을 봤는데 커플이 키스를 진하게 하고 있더라고요. 까르르르. 저희 연주 도중 그런 모습은 처음 봐서 놀랐어요."(심은용) `접속`이라는 뜻의 `커넥션`이 그 커플의 마음에 가닿아 입술 접촉을 유도했을 지 모를 일이다. 퓨전국악그룹 또는 포스트 록밴드로 불리지만, 쉽게 색깔을 규정하기 힘든 밴드다. 거칠지만 섬세하게 파고드는 이일우의 기타, 한을 품은 듯 울부짖으면서도 따듯하게 감싸는 김보미의 해금, 쾌속 연주에 풍류의 멋까지 놓치지 않은 심은용의 거문고는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헤비메탈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사운드를 자랑하면서도 동시에 해금 등 국악기에서 뿜어져나오는 선율은 애절함을 안긴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밴드다. 팀명 역시 그렇다. 의미심장한 뜻이 숨겨져 있을 듯하지만, 순우리말 음절을 별다른 의미 없이 붙인 것이다. 이일우는 "규정짓지 않고 그냥 들리는대로 들었으면 해요"라고 청했다. K팝으로 통하는 아이돌 음악에게도 개방적이다. 한류그룹 `빅뱅`의 지드래곤(26)을 좋아한다는 김보미는 특히 YG엔터테인먼트의 음악이 마음에 든다. "YG 소속 아이돌은 각자 개성을 잘 살려 무대를 말 그대로 즐기는 것 같아요. 주체적으로 무대를 꾸미는 거죠. 함께 무대를 꾸며봤으면 좋겠어요." 2010년 1월 상상마당 레이블 마켓 무대를 기점으로 뭉쳐서 활동한 잠비나이가 처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니다. 멤버들보다도 적은 청중 앞에서 연주한 추억(?)도 있다. 심은용은 "공연 때마다 한두분씩 꾸준히 늘어나는 것을 보고 참 감사하고 뿌뜻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국내 반응은 해외처럼 뜨겁지 않다. 김보미는 "대중보다는 저희가 우선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게 설득력이 있어야 대중도 자연스럽게 듣게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뮤지션이 자신의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계속 트레이닝하는 거죠." 앞으로 긴 생명력을 지닌 곡들을 만들고 싶다. 작곡의 주춧돌을 놓는 이일우는 "오래된 악기(국악기)로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다. 현 행보는 만족스럽다. 김보미는 "지금보다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게 크게 신경 쓰기보다는 현실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라며 눈을 빛냈다. 세 멤버와 이들을 데뷔 때부터 도운 김형균 GMC레코드 대표, 세션 멤버 등 총 7명이 함께 세계를 돈다. 심은용은 "그냥 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밴드가 10년 이상 유지하면, 진정한 밴드로서 인정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라면서 "멤버들과 오랫동안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쁨이죠"라고 전했다. 잠비나이의 올해 해외공연 스케줄은 촘촘하다. 4월 초 중국의 뮤직마켓인 `사운드 오브 더 시티(Sound of the Xity)`를 통해 아시아의 문을 두드린다. 이후 북유럽 최대 록페스티벌인 덴마크의 `로스킬데 페스티벌`에서 브릿팝 밴드 `악틱 몽키스`, 슬로바키아 최대 음악축제 `포호다 뮤직 페스티벌`에서 스코틀랜드 출신 포스트록밴드 `모과이`와 독일의 전자음악 그룹 `크라프트베르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4월 국내에서 정규 2집도 발매한다. 미리 2곡을 들었는데 `포스트 포스트 록`으로 칭할 정도로 더욱 강렬하고 새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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