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1879~1910) 의사가 1910년 3월 여순감옥에서 쓴 글씨가 경매에 나온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27일 오후 5시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에서 여는 ‘131회 미술품 경매’에 출품된 유묵 ‘경천’이다. 안중근 유묵은 현재까지 50여점이 확인되고 있지만, 대부분 일본 사찰이나 국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경천’은 하늘을 공경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늘의 이치에 따라 국가와 국민이 자신의 본분에 맞게 도리를 지키고 양심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사형 집행을 앞둔 3월 일본인의 부탁으로 작성됐다. 안중근 유묵은 모두 1910년 2월14일 사형 선고 때부터 3월26일 순국 때까지 쓰인 것으로 수신인은 모두 일본인이다. 안중근 유묵 26점이 일본에서 환원돼 보물로 지정됐고 나머지 유묵은 일본에 남아있다. ‘경천’의 추정가는 7억5000만원이다. 이날 경매 최고가는 추정가 10억원이 매겨진 조선 시대 유일의 주지금선묘 ‘아미타팔대보살도’다. 붉은색 바탕 가운데 배치된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아래에는 관음과 세지보살을 포함한 네 구의 보살이 있다. 그 뒤로 지장보살을 비롯한 네 구의 보살이 아미타불을 둘러싸고 있다. 서울옥션 측은 “이 작품은 16세기 선묘불화의 기준작이라 할 수 있으며 강약이 어우러진 유려한 선묘, 안정된 구도와 공간감이 느껴지는 배치, 이지러짐 없는 형상 등 모든 면에서 빼어나다”며 “개인 소장의 주지금선묘 불화로 조선 전기 선묘불화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불화”라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 ‘자조, 자립, 자위’(500만~7000만원)도 출품된다. 1970년 새해 첫날인 1월1일 쓰인 글이다. 박 전 대통령이 11대 국무총리(1971년 5월~1975년 12월) 김종필에게 보낸 편지(200만~500만원)도 나온다. 1973년 자원고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회화대관’(문교원·1979)의 저자 유복열씨가 소장한 관아재 조영석의 ‘숙조도’(1700만~2500만원), 난주 이하영의 ‘희작도’(1200만~2000만원)를 비롯해 산정 서세옥, 목불 장운상, 소정 변관식 등 근대 동양화가의 작품이 다채롭게 꾸려졌다.  근현대 미술품은 김환기 20주기 회고전에 출품된 1960년대 작 ‘섬’(7억~8억원), 이대원이 파주 과수원의 모습을 30호의 화면에 담아낸 1974년 작 ‘과수원’(1억8000만~2억5000만원)과 1963년 작 ‘로터스’(1억2000만~1억8000만원), 1962년 작 ‘능선’(9000만~1억5000만원), 1973년 작 ‘풍경(광능)’(7000만~1억원), 1980년 작 ‘농원’(7000만~1억2000만원) 등이 있다. 한국 추상 조각의 선두주자 송영수의 ‘작품 67-2’(5000만~1억원)도 주목된다. 또 박서보의 1978년 작 ‘묘법 No.48-78’(2000만~4000만원)과 1986년 작 ‘묘법 No.100-86’(4000만~6000만원), 황염수의 ‘장미’(350만~800만원), 이왈종의 ‘제주 생활의 중도’(700만~1200만원), 김창열의 ‘물방울’(2500만~4000만원) 등이 있다. 외국 미술품은 구사마 야요이 작품이 눈에 띈다. ‘과일’(6500만~9000만원), ‘모자’(7000만~1억2000만원), ‘호박’(8000만~1억3000만원) 등이 나온다. 이외에 피카소의 도자화와 프랜시스 베이컨, 알렉산더 칼더, 무라카미 다카시,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의 판화와 최근 전시를 열고 있는 줄리안 오피의 ‘걷고 있는 제레미와 젠’(7000만~9000만원)이 출품된다. 출품작은 16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점에 이어 21~26일 평창동 본사에 전시된다. 출품작은 모두 214점, 추정가 총액은 68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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