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유분방한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뉴욕의 `뱅 온 어 캔(Bang on a Can)`이 온다. `뱅온어캔 올스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4월2일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한국 청중에게 처음으로 인사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김인현(35)씨가 현지에서 설립한 음악단체인 예술기획 `이어 투 마인드`(Ear To Mind·ETM)의 국내 진출작이다. 지난해 설립된 ETM코리아와 LG아트센터가 손 잡았다. 뱅온어캔은 1980년대 뉴욕 음악계를 발칵 뒤집은 팀이다. 아카데믹한 정통 클래식 계보인 `업 타운` 음악과 아방가르드한 예술을 표방한 `다운 타운` 음악으로 양분된 당시의 판을 깬, 새로운 현대음악을 선보이는 팀으로 평가받는다. 팀 이름은 `한 무더기의 작곡가들이 앉아 깡통을 쾅쾅 두드리는 것`(banging on cans)과 같다고 말한 것에서 착안했다. 김 대표는 11일 "미국의 자유분방한 음악과 앙상블을 소개하고 싶었다"면서 "(헤이그 왕립음악원 교수) 루이스 안드리에슨이 미국 현대 음악을 고민한 1세대라면, `뱅온어캔`은 2세대다. 클래식과 대중의 거리감을 좁히고 재미있게 하자는 모토를 내세웠다"고 소개했다. "기존 (클래식) 정통 형식을 빌려 곡을 쓰지만, 팝 음악 같기도 해서 팝과 록 음악의 청중도 끌어들일 수 있는 팀이에요. 진부해졌다며 클래식 음악을 떠난 중년층도 끌어들을 수 있죠. 살아 있는 작곡가의 곡을 주축으로 연주를 선보이는만큼 공감도 얻을 수 있죠. 현존하는 음악을 한국에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뱅온어캔은 예일대 출신의 젊은 작곡가 마이클 고던, 데이비드 랭, 줄리아 울프로 구성됐다. 1987년 이스트 빌리지의 갤러리에서 12시간 마라톤 콘서트 `뱅 온 어 캔`을 기획, 주목 받았다. 첫 실험임에도 스티브 라이히, 존 케이지 등 거장으로 추앙 받는 작곡가 등 400여명이 몰려들었다. 현재는 매년 5000명이 넘는 청중을 끌어 모으는 뉴욕의 연례 행사가 됐다. 월드트레이드센터의 윈터가든에서 열린다. 팝과 록, 재즈 등 음악의 모든 장르를 끌어안는 뱅온어캔은 길거리 밴드인 `아스팔트 오케스트라`, 신진 작곡가들을 육성하는 `서머 뮤직 페스티벌`, 관객들의 기부로 젊은 작곡가에게 곡을 위촉하는 `피플스 커미셔닝 펀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1992년에는 6명의 멤버로 이뤄진 산하 앙상블 `뱅 온 어 캔 올스타`를 출범했다. 뱅온어캔올스타는 이번 내한에서 전형적인 클래식 앙상블과 달리 피아노, 첼로, 베이스, 퍼커션, 기타(일렉트릭 포함), 클라리넷 등으로 연주한다. 데이비드 랭의 `속이기, 거짓말하기, 훔치기`(1995), 마이클 고던의 `매들린을 위해`(2009), 줄리아 울프의 `믿음`(1997) 등 창단 작곡가들의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깡통 따는 소리, 슬롯 머신에서 들리는 소리, 칼 가는 소리 등 일상에서 접하는 사소한 소리가 영상을 동반한 음악으로 변모되는 `필드 레코딩(field recordings)` 프로젝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창단 25주년을 기념, 2012년 시작한 필드 레코딩은 유명 작곡가뿐 아니라 신예 작곡가들이 작곡한 5~8분 정도 길이의 신곡 모음이 세트 리스트를 이룬다. 이번 공연에서는 ETM코리아 김 대표의 신곡이 세트 리스트에 포함된다. "필드 레코딩은 존 케이지도 했던 거예요. 콘서트 무대의 대중화를 꾀한 거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채집한 곡을 기존 스코어와 결합시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제 곡을 말씀드리면, 13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니 낯설더라고요. 제가 기획한 프로젝트를 들고 지하철을 타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바쁜 거예요. 멍하게 있는데 지하철이 들어 올 때 굉음이 내면의 목소리 또는 호흡 같기도 했어요. 이 소리로 곡을 만들었어요. 어떤 분은 고양이가 내는 소리를 알고 싶다면서 고양이 시선으로 카메라를 부착, 소리를 채집하기도 했죠. 필드레코딩은 음악을 하지 않은 일반사람에게도 주변의 소리에 귀기울 수 있도록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ETM코리아는 LG아트센터 공연에 앞서 4월1일 오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이어 투 마인드 코리아 기획 공연-루나 초롱 강 플루트 독주회`를 연다. 뱅온어캔이 함께하는 무대다. 뉴욕에서 최근 가장 주목 받는 플루티스트인 루나 초롱 강(27)은 예일대 석사, 맨해튼 음악대학 등을 나왔다. 뱅온어캔의 작곡가 줄리아 울프로부터 플루트 곡을 헌정받아 5월2일 뉴욕카네기홀에서 초연한다. 뱅온어캔과 함께 `2014 통영국제음악제`에도 초대를 받아 29, 30일 공연한다. 이날 공연에서 현대 무용가 코코 캐럴과 함께 `춤추면서` 플루트를 연주하는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