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71) 추기경이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주제로 언론사 간부들과 담화회를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염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을 축하하고 한국사회의 소통과 문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이날 담화회를 기획됐다. 염 추기경은 “‘흩어진 양 떼를 모으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라는 주제는 내가 재작년 서울대교구장에 취임하면서 신자들에게 다짐했던 말이다. 나는 세상의 빛과 소금인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묵상해 본다”며 “요즘 우리 교회 안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과 가르침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분이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 옆에 있던 추기경이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말아주십시오’하고 말씀했다고 한다. 이에 교황은 바로 자신의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했다. 교황은 그 추기경의 말씀을 주님의 부르심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짚었다. 염 추기경은 교황 프란치스코(78)가 9개월 남짓한 동안 가톨릭교회의 이미지를 크게 바꿔놨다고 봤다. 특히 교회가 스스로 개혁, 쇄신하고 가난한 이들에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염 추기경은 “우리 교회가 더 투명해지고 세상에서 더 신뢰를 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회가 투명해지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재정이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재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는 사목활동에 힘을 실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황이 원하는 교회상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교회”라고 이해했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적한 것이 오늘날 우리는 지나치게 물질 위주의 삶에 젖어있다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게 살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물질이 정신을 지배함을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공통으로 느끼게 된다”며 “이러한 정신은 앞으로 더 크고 심각한 인간 소외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주님의 양 떼를 돌보는 착한 목자가 해야 할 첫 직무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양들을 모두 하나로 모으는 것”을 들었다. “모든 사람이 화해하고 일치하고 공존하는 사회가 되도록 서로 사랑하며 노력하는 것이 사목자의 길이다. 이 부분에 나도 미력이나마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염 추기경은 “지금 우리 교회와 사회에는 빈부격차, 해체되는 가정의 증가와 자살률의 증가 등 생명윤리, 청년들의 취업난 등 많은 어려움과 과제가 있다”며 “사회적 갈등과 미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려는 형제애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형제애는 평화의 바탕이며 평화로 가는 길이 된다. 그런데 여러 유형의 궁핍과 소외와 고립,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병적인 의존이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빈곤은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형제적 관계를 재발견하고 중시할 때에만 살아가면서 겪게 마련인 기쁨과 슬픔, 어려움과 성공을 서로 나눌 때에만 비로소 극복될 수 있다.” 염 추기경은 “우리가 형제애를 증진하고 빈곤을 물리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것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 다른 이들과 형제적 친교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 참으로 그리스도인이 되는 기본이다. 또 형제애는 사회적 평화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화해와 공존을 추구하고 모든 사람이 깊은 연대감을 가지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이 원하는 삶”이라고 전했다. “아무리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도 귀를 열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선의를 갖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었지만, 예수님을 중심으로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소외당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나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서울대교구 같은 경우 각 성당 예산의 10분의 1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도록 했지만, 실제 다 못 쓰고 있다. 이런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관해서는 “한국에는 순교자들이 많다. 역동적이기도 하다. 진리다, 옳다 하면 선택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교황이 아시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직접 와서 보고 한국 사회가 세계에 모범이 되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이 화해하고 돕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어떤 메시지도 주고 다음 세대 젊은이들이 바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이 정말 자립할 수 있도록 서로 화해해고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진심이 통했으면 좋겠다. 군사적, 정치적인 것은 다른 문제다. 교황도 그런 것을 원한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금까지 활동에 공감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역사가 바뀜에 따라 역할이 달라져야 하는 것도 있을 것 같다”고만 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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