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동명 영화의 아우라를 잘 비껴간다.  대중은 작가 박상연(42)의 소설 `DMZ`(1997)를 원작으로 삼은 박찬욱(51) 감독, 송강호(47)·이병헌(44) 주연 영화(2000)부터 떠올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같은 이야기를 뮤지컬 장르에 최적화한다. 무대 운용을 잘 한다는 얘기다. 컷 위주로 돌아가는 영화는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무대는 시공간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대신 비약이 암묵적으로 용인된다. 과거와 현재, 남한과 북한의 한 무대 속 병렬 배치가 통한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잦은 암전 없이도 스위스 소령 `베르사미`가 남북 간에 벌어진 사건을 조사하는 현재, 남북한 군사들이 만나고 친분을 다지는 과거를 동선과 조명 등으로 구분하고 통합한다. 이런 지점은 비극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극의 인과 관계를 뚜렷이 한다.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적인 면모가 그래서 도드라지고 이를 긴장감 있게 좇을 수 있게 만든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영화와 비슷하다. 호기심 많고 호탕한 남한 병장 `김수혁`은 북한 병사들과 친구가 된다. 비무장지대 수색 중 낙오돼 지뢰를 밟은 뒤 북한 병사 `오경필`과 `정우진` 도움을 받으면서 인연을 맺는다. 김수혁은 산전수전 다 겪은 병사의 카리스마, 냉철함과 함께 다정한 마음도 지닌 중사 오경필과 장난기가 많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심성의 정우진과 형제처럼 금세 친해진다. 일상적인 농을 주고 받으며 불가능해 보이던 `비밀연애`를 시작한다. 뮤지컬이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비극의 발화점이다. 영화가 진실을 감춰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비극을 다뤘다면, 뮤지컬은 50년 동안 지속된 `증오의 조건반사`로서 비극을 이야기한다. 제3의 인물 등장 때문이 아닌 아버지 세대 때부터 내려오던 상대에 대한 무의식적인 증오로 우정이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이영애(43)가 연기한 한국계 스위스 여군장교 `소피` 소령을 `지그 베르사미`라는 이름의 남자 소령으로 대체한 점이 이 맥락을 설명한다. 베르사미의 부친은 한국 사람이다. 포로수용소에서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발생한 형제간 비극의 당사자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이 비극이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의 의식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것을 성찰하는 묘를 발휘한다. 영화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독자적인 해석을 가해 뮤지컬적인 어법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배우들도 호연한다. 송강호, 이병헌을 비롯해 신하균, 김태우 등 영화 속 배우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오경필을 연기하는 이석준은 카리스마 속에 숨겨둔 따뜻함을 과장하지 않게 뽑아내고, 김수혁을 맡은 정상윤은 수순하지만 연약한 캐릭터를 안성맞춤으로 풀어낸다. 사건을 수사하는 중립국 수사관으로 일종의 해설자 역이기도 한 베르사미 역의 임현수는 이성적 면모에 숨겨진 흔들리는 감정을 절묘하게 포착해내며 극의 중심축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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