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지음 / 문학동네 펴냄)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누나 옷장에서 훔친 속옷을 머리에 뒤집어씁니다. 돌돌 말아 손수건에 싸서 호주머니에 넣어온 거죠. 면이 입에 닿는 느낌이 너무 짜릿해서-“팬티”라는 말도 너무 짜릿해서-사정 궤도가 전에는 도달하지 못한 놀라운 높이에 이릅니다.“(33쪽) ‘포트노이의 불평’의 작가는 많은 분량을 주인공 ‘포트노이’의 기행에 가까운 자위행위를 묘사하는 데 사용한다. 그는 사과, 빈 우유병, 정육점에서 산 간 조각을 이용해 끊임없이 수음하고 “손장난을 하루에 한 번으로만 줄일 수 있다면. 아니 두 번, 아니 세 번만으로 버틸 수 있다면”이라고 각오한다. 물론 잘 안 된다. 책에 실린 ‘포트노이’의 수음 경험담과 섹스 편력은 불쾌할 정도로 몹시 적나라하다. 1969년 출간 당시 ‘포트노이의 불평’을 접한 사람들이 느낀 충격과 당혹감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학비평가 어빙 하우는 “‘포트노이의 불평’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지독한 일은 이 책을 두 번 읽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도서관들은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상당한 양의 비속어들 때문에 ‘포트노이의 불평’을 금서로 지정했고 호주에서는 책의 수입을 금지했다. 호주의 펭귄북스는 밀매를 단행했고 결국 법정에 서기도 했다. 반면, “재미로 치자면 미국 소설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들 작품”(시카고 선타임스), “이 작품을 즐기면서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말기를. ‘호밀밭의 파수꾼’ 이래 이런 기쁨을 주는 미국 소설은 처음이다”(뉴욕 타임스) 등의 호평도 쏟아졌다. 문제작의 작가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매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필립 로스(81)다. 1998년 ‘미국의 목가’로 퓰리처상을 받는 등 세계의 권위 있는 상을 휩쓸었다. 현재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이다. 소설은 서른 중반의 엘리트 변호사 ‘포트노이’가 정신과 의사 ‘슈필포겔’에게 자신의 불행한 일생을 토로하는 400쪽짜리 독백이다. ‘포트노이’는 유대교의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강요하는 어머니, “개처럼” 일하지만 늘 무시당하는 초라한 아버지의 기대를 반하고자 엇나간다.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 소녀들을 쫓아다니고, 부모의 구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위행위가 주는 순간적인 쾌락에 몰두한다.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들을 따라 자유연상하고 있기 때문에 독백은 감정적이고 두서없다. 필립 로스는 자신을 투영한 ‘포트노이’를 앞세워 각종 금기를 가감 없이 건드리며 전통과 사회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갈망하는 개인의 욕망을 거칠고 생생하게 그린다. 이 작품은 ‘미국의 목가’와 함께 필립 로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필립 로스에게 국가인문학훈장을 수여하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포트노이의 행동을 보고 그의 불평을 들으며 생각하는 법을 배웠겠죠”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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