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집 사이의 경계면에서 놀이를 했던 유희적 공간을 모티브로 미술관 주변 경계면과 틈의 장소에 대한 조형적 의미를 살린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이 5월11일까지 여는 ‘건축적인 조각, 경계면과 잠재적 사이’다. 미술가와 건축가 17명의 입체, 설치, 미디어 작품 40여 점이 나왔다. 작품들은 건축물과 실내 공간의 원형을 살리며 안과 밖의 시점을 제3자의 시각으로 조명한다.유년 시절 집과 집 사이에 존재하는 잉여 공간(경계면)에서 구슬치기나 고무줄놀이를 하던 아련한 추억과 후미진 공간이나 구석에서 상상력이 발휘됐던 기억에서 출발한다.집과 주변에 또 다른 이색적인 감춰진 공간은 새로운 놀이의 시작이자 상상력의 발원지다. 그런 어린 시절 기억을 전시 개념에 대입한다. 미술관이라는 거대한 집 주변에 숨은 장소를 찾아 새롭게 공간을 재해석하고 균열과 부조화를 꾀한다.이를 위해 전시실은 최소한의 작품으로 기획의도를 살리려고 했다. 건축공간을 배경으로 여백을 부각하고 공간에 관한 미학과 기존 구조물에 개입해 기생과 공존을 시도했다.여기에 개인적인 아이디어의 한계에 이론적 개념을 보완하고 다양한 담론을 이끌어 내고자 철학자 엘리자베스 그로스라가 바라본 건축에 관한 철학적 단상을 정리한 책 ‘건축, 그 바깥에서’를 참고문헌으로 삼았다. 건축을 철학적으로 사유해 보길 권하는 서적이다. 어느 한쪽으로 흡수된 종속된 타자로서가 아닌 건축과 철학 모두를 경계의 외부에서 보고자 했다.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를 건축에 비유하자면, 이 책은 기획의 뼈대와 구조를 담당했고 거기에 미술과 개념이란 살을 덧입혀서 시각화했음을 밝혔다”고 소개했다.전시개념과 전시공간은 두 가지의 키워드로 나눴다.우선 ‘전환된 장소성’이란 키워드로 안과 바깥의 장소에 관한 실제 공간에서 장소와 장소 사이에 조형적인 개입을 통해 실재에 대한 건축적, 조형적 성찰과 공생을 시도했다. 시각적인 풍경, 자연 현상으로의 시차, 햇살, 온도 등의 요소가 가미돼 새롭고 생경한 장소로 작품을 구성했다.또 ‘체험된 시간성’이란 키워드로 비가시적인 미지의 공간을 보여 준다. 자크 라캉이 말한 신체적 욕망의 공간, 자크 데리다의 형식과 내용, 기원과 목적, 재현과 실재 사이 이분법적 구조의 해체, 질 들뢰즈의 운동, 실천, 행동의 노마디즘 등 개념을 참고해 작가들의 생산적인 개입으로 재시각화 했다.시차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의 선과 풍경, 작품이 어우러지는 정승운의 ‘공제선(skyline)’ 시리즈, 한강에서 끌어오는 인공연못의 물을 바닷물로 바꾸면 어떨까라는 발상에서 비롯된 이창훈의 작품, 미술관 건축물 구조 중에 사용이 중단된 출입문에 주목한 오인환의 작품이 전시됐다.이길래는 미술관이라는 현대 건축물 사이와 사이인 틈에 끼어들기를 넘어 공존을 모색하고 장윤규은 미술관 입구의 좌측 비장소적 공간에 관한 비건축적, 비실용적 개념에 의한 설치작품을 소개한다.이수진은 건물 내외부의 통행로에 주목해 미술관에서 유일하게 실내동선과 실외동선이 만나는 지점에 특별한 장소성의 의미를 부여하는 작품을 설치했다.공수경·문경원·박성연·유영호·정재철·정해련·채우승·천성명·홍명섭·AnL스튜디오(안기현·이민수·신민재)·루이즈 부르주아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미술관 측은 “건축 주변에서 미술가들의 시각으로 풀어낸 인체와 시간성, 조형과 공간성이 전시공간과 건물에 낯설게, 의식하지 않고 개입해 작업하는 과정에서 생산적인 담론이 생성되고 공생해 전시 담론과 공간, 미학에 있어 또 다른 새로운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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