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아이,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대학원생이 KBS PD가 됐다. PD의 책상은 `KBS의 편의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먹거리로 즐비하다. "PD가 전문분야를 정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거예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제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먹는 걸 좋아했어요. 동료나 선후배들은 제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이야기들 하세요."아시아의 면(국수)이 대륙과 문화권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바꿔가는 여정을 담은 `누들로드`로 다큐멘터리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를 수상한 이욱정 PD의 이야기다. "연출가는 만드는 대상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말들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연출가는 그 반대로 대상 한가운데로 뛰어들죠. 이욱정 PD는 그런 사람입니다."(서재석 KBS TV본부장)이 PD는 `누들로드`로 다큐멘터리 PD로 일가를 이룬 뒤 사비를 털어 세계적인 요리 학교인 `르 코르동 블루`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스스로 돌이켜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야구 전문PD가 야구를 안 해보고 야구 전문 PD가 될 수 없듯 직접 요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돌이켜보면 무모한 일이었죠."(이 PD)제작 기간 2년, 제작비 24억원이 투입된 `요리인류`는 이제는 셰프가 된 이 PD가 역사를 이어온 음식과 그 음식 너머의 인류를 말하는 8부작 다큐멘터리다. "5년 전에 `누들로드`를 기획했을 때 음식으로 문명사를 다룬다는 것에 의아한 시선이 있었어요. 이후 5년 남짓 동안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다면 지금은 먹는다는 게 문화적인 놀이가 됐다고 봐요. 일상적인 행위이자 창의적이고 흥미진진한 여흥, 레저, 놀이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놀이를 통해 모두가 치유를 받고 싶고 위로, 위안을 받고 싶은 겁니다."(이 PD)8편 모두 기존 HD보다 4배 더 선명한 차세대 UHD TV용 4K 촬영을 도입해 `맛있는` 화면을 담았다. `다큐3일` `스타키친` 등을 연출한 김승욱 PD, 김승환·한주열 촬영감독이 함께했다. "배고팠을 때가 가장 위험했죠. 한번은 인도에서 카레를 맛있게 끓여줬는데 건더기를 다 건지고 라면을 넣어서 먹었어요. 눈물이 날뻔했습니다"(김승욱 PD), "카메라가 맛있게 많이 먹었죠. 요리에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는데 가장 맛있는 순간에 메모리와 외장하드를 배불리 채웠죠"(김승환 촬영감독), "요리보다 인류를 더 많이 찍었습니다. 버라이어티하고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한 다큐같아요."(한주열 촬영감독)상반기 `빵과 서커스` `낙원의 향기, 스파이스` `생명의 선물, 고기` 등 3편을 내보낸다. 26~28일 밤 10시 KBS 1TV에서 볼 수 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누들로드` 감상평이 있습니다. 어떤 중학생이 `누들로드`를 보고 국수를 먹는데 숙연해졌다고 말했어요. `요리인류`도 그런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면 성공한 거죠."(이 PD)하반기 `세상의 모든 빵` `매혹의 요리-카레` `불의 요리-바비큐` `실험적인 요리를 다루는 `쿠킹스페셜`로 이어진다.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요리인류` 시리즈를 만드는 게 인생의 목표에요. 인류를 대표하는 음식들,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는 음식 등 인문학적이면서 심화된 내용을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요리인류`가 잘 돼야 계속할 수 있겠죠."(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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