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본인들에게 일은 목숨처럼 각자의 존재 증명이나 마찬가지다. 그 일을 빼앗아버리면 당장 무슨 큰일을 저지를 것만 같다. 좋게 봐서 이 ‘타고난 일복’에 전심전력하는 1억2000만명의 일체감이 일본의 진정한 국력일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면 부럽다가도 한편으로 무섭다.”(20쪽) 소설가 김원우(67)가 일본 문화 전반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일본 탐독’을 펴냈다. 일본의 국수주의적 경향 밑에는 ‘머리 없는 세계’와 ‘세계 없는 머리’라는 코드가 숨겨져 있다는 거침없는 해설로 일본 읽기에 들어간다. 일본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몸소 겪은 일본 사회와 일본인 일반의 심부(深部)에는 한국 사회의 어제와 오늘이 고루 섞여 있는가 하면, 일본의 저작물에 숨어 있는 미덕 미달을 가감 없이 평가한다. 김씨는 일본은 단연 특이한 나라다고 지적한다. 우리끼리 오순도순 똘똘 뭉쳐서 살아가는 작은 동네이므로 일체의 ‘변화’를 모른다기보다도 그것을 싫어한다고 지적한다. 20년 또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이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길거리도 더 말끔하게 닦여 있는 식으로 외양은 달라져 있으나, 이내 그 속의 세부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음을 알고 나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해진다는 것이 김씨의 경험담이다. 그러면서 보수 정객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세계 여론에 반하는 반역사적 행위가 아니라 변화를 싫어하는 특정 심성의 주체들이 일상적으로 치르는 ‘전통’이자 ‘일’일 뿐이라고 짚는다. 김씨는 “이웃 나라의 타매, 세계인의 눈총 따위를 무시한다기보다도 그런 전통·일에의 매진을 능사로 삼음으로써 고집스러운 자기애에 충실하는데, 그것을 일본인 특유의 자존심이나 안하무인 벽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왜냐하면 그들의 심성에는 ‘전통·일·자존’과 같은 무형의(그러나 ‘너무 귀해서 뿌리칠 수 없는’) 가치 체계가 어떤 비교 대상일 리 만무하다는 집단 무의식이 면면히 이어져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야말로 ‘자기본위주의’의 최대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1977년 소설 ‘임지’로 데뷔한 김씨는 소설집 ‘무기질 청년’ 장편소설 ‘짐승의 시간’ 등을 냈다.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