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제이 안(안정희)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청계천, 기억될 시간’전을 연다.200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청계천 공구상 골목의 독특한 정서와 풍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기록한 사진을 선보인다.강렬한 코발트색 플라스틱 물통과 지난해 여름이 끝났을 무렵부터 먼지를 뒤집어쓴 채 그 자리에 놓여 있었을 선풍기, 기름에 찌든 목장갑, 아무렇게나 버려진 빈 페인트 통, ‘알마니’ 맞춤전문 서울패션, 전신주에 붙은 전화대출 광고, ‘남녀종업원 모집’과 공장 급매물이라고 적힌 ‘찌라시’….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균열 진 담벼락에는 영문 모를 형태의 그림과 문자들이 어지럽게 그려져 있다. 절단, 절곡, 양공, 판금, 형제주물, 미래정밀, 천안공업사, ‘타이야’ 체인을 만드는 신우상회, 시스템 경비구역, 금형, 부식, 밀링, 연마, 시대아크릴, 가마솥 설렁탕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곧 사라져 볼 수 없게 될 청계천 공구상 거리, 그곳을 살아온 사람들의 냄새와 이야기가 가득한 골목 안의 풍경이다. 이를 위해 수년간 청계천 뒷골목을 공장이 닫힌 일요일마다 누비고 다니며 촬영했다. 어두운 톤의 작품은 작가가 다뤄온 화려한 대도시의 거리 모습과는 다르다. 제이 안의 사진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장소를 촬영하고 있지만, 과거에 많은 것이 그곳에 존재했다고 하는 기억, 그들과 나눈 교감과 시간의 흔적들이 심리적인 공간으로 구축돼 있다.제이 안은 오랜 기간 세계 각국 도시의 이미지를 색으로 포착하고 표현하는 사진 작업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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