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문제(로힌턴 미스트리 지음·손석주 옮김/ 아시아 펴냄) ‘적절한 균형’ ‘그토록 먼 여행’으로 인도의 정치와 종교,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과 콤플렉스를 이야기해온 로힌턴 미스트리(62)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내가 젊었을 때는 부모님이 나를 통제하고 내 인생을 망쳤다. 그 덕택에 너희 엄마와 결혼하게 됐고 내 중년 시절을 망쳤지. 그런데 늙어서는 또 너희가 괴롭히려는 거냐? 그건 절대 용납 못 한다.”(16쪽)붐베이(뭄바이)의 한 파르시족 삼대를 다룬 ‘가족 문제’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은퇴한 영문학 교수인 ‘나리만’이 큰 아파트에서 ‘잘’과 ‘쿠미’라는 늙고 미혼인 의붓자식들과 함께 사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가 사는 ‘행복의 성’이라는 아파트 이름은 역설적이게도 불행한 가정사와 불쾌한 문제들을 감추고 있다. 미혼인 두 남매는 의붓아버지를 열심히 보살피지만, 잔소리와 구속으로 그를 괴롭게 하기도 한다. 79번째 생일 이후 ‘나리만’이 산책을 하다가 다쳐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신세가 되자 남매는 ‘나리만’의 친딸인 ‘록산나’에게 의붓아버지를 떠맡긴다. ‘록산나’의 남편 ‘예자드’는 장인의 약값으로 가세가 기울자 도박에 손을 대고 아버지가 ‘행복의 성’으로 돌아오는 것을 꺼리는 ‘쿠미’는 어처구니없는 작전을 계획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인생을 과소평가하지, 재밌는 건 당신 인생, 내 인생, 늙은 후사인의 인생 같은 우리 얘기가 결국은 모두 같다는 거야. 사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중요한 이야기는 단 하나야. 젊음, 상실, 구원에 대한 열망이지.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거야. 세부 내용만 다를 뿐이지.”(306쪽)소설에 등장하는 파르시 가족은 인도 사회의 축소판이다. 가족 구성원이 일상에서 겪는 여러 갈등은 인도의 정치와 종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암시한다. 저자는 가족은 국가나 종교단체로부터 절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현실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비극을 겪는 여러 인물을 통해 역설한다.로힌턴 미스트리는 ‘가족 문제’를 포함해 발표한 모든 장편소설이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맨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명성을 쌓았다. 2009년 ‘적절한 균형’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소설가 조경란은 “가족의 문제, 그 안의 상실과 작고 희미하지만 빛나는 희망에 대해서는 로힌턴 미스트리를 믿어도 좋다. 여기 또 한 권의, 잊을 수 없는 ‘가족 소설’을 갖게 되었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를”이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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