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머리가 덥수룩한 걸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가진 게 이발기술뿐이니 이렇게라도 돕고 싶었습니다"25년 간 산골 오지마을에 이발 봉사를 해 온 군무원의 이야기가 최근 우울하게 가라앉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이야기의 주인공은 공군 제11전투비행단 군무원 박영관 <사진·57>주무관.박 주무관이 의성군 춘산면 금오2리로 이발봉사를 시작한 것은 1988년부터다.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가 이발소가 없어 제때 머리를 자르지 못하는 마을 주민들의 사정을 알고 봉사활동을 결심하게 됐다.1990년 1월 기능직군무원으로 군에서 근무를 시작한 박 주무관은 10대부터 이발을 배웠다. 이러한 기술을 살려 25년 간 한달에 1~2회씩 금오리로 이발봉사를 다니다 보니 이제 금오리는 박 주무관의 고향이나 다름없게 됐다. 첫 봉사 때는 `한두번 오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던 마을 주민들도 이제는 박 주무관을 아들처럼 아끼며 오지 않는 날에는 기다리고 궁금해 했다. 박 주무관이 머리를 잘라줬던 네 살배기 꼬마는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25년이라는 세월은 그만큼 행복하고 빠르게 흘러갔다.그렇게 박 주무관이 이발을 해줬던 금오리 주민 50여명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한 명, 두 명 사망하거나 마을을 떠나면서 이제는 10명 남짓만이 남았다. "어르신들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 박 주무관은 봉사활동의 영역을 더욱 넓혀 지금은 금오리 뿐 아니라 의성군 가음면 이리와 고향인 군위군 우보면 이화리에서도 이발봉사를 하고 있다.박 주무관이 꾸준히 봉사를 계속할 수 있는 또 다른 힘은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의 동료들이라고 했다. 운전면허가 없어 깊은 산골 마을까지 가기 어려운 박 주무관을 위해 동료들은 함께 길을 나서줬다. 또 박 주무관의 선행에 감동한 제11전투비행단도 운전병과 차량을 지원해 봉사활동을 돕고 있다. 2012년에는 마을 주민들을 부대로 초청해 부대견학을 지원하기도 했다.이러한 선행이 알려지면서 박 주무관은 2001년 의성군수 표창, 2005년 경북지사 표창, 2008년 남부전투사령관 표창을 받았으며 2012년에는 제11전투비행단장 표창을 받았다.2016년 퇴직을 앞둔 박 주무관은 "덥수룩한 머리를 하셨던 어르신들이 이발을 하고 나서 깔끔해진 모습으로 나오시는 걸 보면 기분이 참 좋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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