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小波) 방정환(1899~1931)은 `어린이 날의 창시자`라는 수식어로 인해 진면목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인물이다. 33년의 짧은 생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바친 독립운동가였다. 물론 전방위적 실천가였던 그의 삶을 단 하나의 수식어로 표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방정환을 하나의 `주의(ism)` 안에 집어넣기에는 그의 깨어 있는 정신과 포용성은 넓었다.방정환은 일제 치하 조선인이 주체성을 잃지 않고, 독립을 이뤄낼 수 있도록 인권운동을 했을 뿐 아니라 폭넓은 문화적 감수성으로 조선인이 사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예술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그 수단으로 어린이 운동과 `잡지`라는 매체를 선택한 것이다.이 같은 소파의 일생을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 저자 민윤식은 소파의 아들과 소파와 함께 활동한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그의 일본 유학지를 방문했다. 1920~30년대의 신문과 잡지도 확인했다. 또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도서관, 중앙대도서관, 강원대도서관, 천도교회 자료실 등에서 소파의 자료를 찾았다. 민윤식은 이 과정을 통해 소파는 투쟁보다 화합, 이념보다 인간애를 더 중요시한 운동가였음을 확인했다.`방정환 평전`은 제한된 틀 속에 가둘 수 없이 `큰 생각`을 실천한 `큰 사람` 방정환의 일대기다. 이 평전에는 대가족제도·식사 준비·전통 의복과 주택의 개선을 주장하고 그것을 실천한 실용주의자 방정환, 사회를 개혁하고자 사회주의를 받아들였으나 사상에 구속당하지 않은 진보주의자 방정환, 남녀가 다르지 않으며 계급에 따라 인간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평등주의자 방정환, 계급주의의 모순 때문에 희생당하는 민중을 염려하고 나약한 위치에 있던 여자와 아이들을 위하고자 애쓴 박애주의자 방정환, 서구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소개해 민중의 자주·독립·자유의 사상을 인식케 하고, 그 지평을 넓히고자 한 열정적 문화운동가 방정환의 모습이 담겨 있다.또 20개국이 참가한 `세계아동예술전람회` 등을 개최한 풍부한 콘텐츠를 가진 벤처형 문화사업가 방정환, `비행사 안창남 귀국 비행` 같은 온 민족이 열광하는 쇼를 추진한 이벤트 기획자 방정환, `은파리`라는 풍자문학을 통해 자본주의가 태생적으로 품고 있는 불평등 구조를 거침없이 비판하고 가진 자와 지식인들의 허위의식과 세태를 칼끝처럼 날카롭게 비판한 사회비평가 방정환, `개벽` `어린이` `신여성` 등 10개 잡지를 발행한 탁월한 저널리스트 방정환, 어린이날 선전문·소년보호운동 문구·잡지 광고 문구 등을 완성한 명카피라이터 방정환, 매해 70여회 이상 생애 통산 1000번 이상의 동화구연대회·연극 공연·강연회를 진행하여 청중을 사로잡은 명강사 방정환, 중앙보육학교와 경성보육학교에서 아동 유희를 강의한 훌륭한 교육자 방정환 등 하나의 주의로 담을 수 없는 소파 인생의 장대한 감동을 담고 있다. 544쪽, 2만9000원, 스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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