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버림받고 월남전에서 아들마저 잃은 한 많은 여인 `명자`는 남편 `동탁`이 결혼 이튿날 가수로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며 집을 나가는 바람에 생과부가 된다.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와 고약한 시어머니 그리고 폐병을 앓고 있는 시누이와 함께 살게 된다. 오직 아들 `범길` 하나만을 바라보며 힘겨운 삶을 살아온 명자인데 어느 날 월남전에서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슬픔을 가눌 길 없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남편을 만나지만 동탁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악극 `봄날은 간다`에서 명자를 연기한 탤런트 김자옥(63)은 30일 프레스콜에서 전막을 연기한 뒤 눈시울을 붉혔다. "전부 다 가슴이 아픈 신이에요. 요즘 모든 국민들이 아파하는 그 부분(세월호 침몰) 때문에 그런지…. 제가 나이가 많이 들어서 그런지…. 이 작품을 하면서 `봄날은 해마다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호 침몰 피해자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나온 김자옥은 "그런데 피지도 않은 애들이 봄을 빨리 겪고 가야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공연을 한다는 것이 좀 누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자식을 떠나보내는 장면이 요즘 시기에…, 가슴이 아팠다"면서 "봄을 맞고 또 1년 지나고 봄은 그렇게 다 가는 거고 오는 것이 없잖아요.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이 절실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내가 어린애가 아니구나. 할망구인데 오래 잘 살았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2004년 마당놀이극 `제비가 기가 막혀`에 출연한 김자옥은 `봄날은 간다`로 악극에 데뷔했다. "뮤지컬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악극이 뭘까, 왜 악극이라고 할까라는 생각을 했죠. 한달간 두려운 마음으로 걱정을 하다 도전하게 됐는데 연습하는 과정에서 두 선배(최주봉·윤문식)에게서 묘한 매력을 발견했죠. 참 묘하다, 멋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무엇보다 연습하는 내내 `엄마`를 생각했다. "친구가 죽고 동생이 죽고 시집살이를 하고, 이런 과정들을 겪은 뒤 여든살 쯤 돌아가셨죠. 극과 종류는 다르지만 그걸 다 겪고 가셨어요. 그런데 나는 어떻게 살았나. 역시 종류는 다르지만 어떻게 결혼을 하고, 배우를 하고, 좌절를 하고, 죽고 싶을 때도 있었고, 아프기도 했고. 여러가지를 겪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드라마를 겪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김자옥은 그러나 젊은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한다. "`너의 부모와 할머니들이 이렇게 애써 고생했다는 걸 알게 하는 작품이거든요. 제 아들도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은 잘 못 참아요. 이런 것을 보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는 사람들인데 참을성과 의지와 강함을 배웠으며 합니다. 제 아들 보고 친구들하고 같이 오라고 했더니, `어른들 보는 거잖아`라고 하더라고요. 호호. 꼭 배우고 느끼는 것이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해줬어요."`봄날은 간다`에서 쇼단 단장을 맡은, 악극의 터줏대감 윤문식(71)은 "젊은 친구들이 봐도 이해를 못한다거나 엄마의 희생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젊은 친구들이 악극 뿐 아니라 전통적인 장르에 대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역시 악극을 지켜온 최주봉(69)이 출세를 위해 아내와 부모를 버리고 떠나는 동탁을 연기한다. `만리포 사랑`, `꿈이여 다시 한번`, `갑돌이와 갑순이`, `청실홍실`, `여자의 일생`, `서울의 찬가`, `봄날은 간다` 등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옛 가요들을 10인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이브로 들려준다. 2003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 당시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11년 만에 무대에 다시 오른다. 5월 1~25일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볼 수 있다. 예술감독 김영수, 연출 김덕남, 극본 김태수, 음악감독 엄기영, 안무 오재익, 무대디자인 서숙진. 4만~10만원. 쇼플레이.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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