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면아! 넌 어떻게 이 세상에 왔지? 아버지 어머니를 통해서 왔다. 그럼 아버지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통해서 왔다. 그게 역사인식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어제, 오늘, 내일은 함께 흐르는 물줄기다. 그 인식이 역사의 흐름이고, 역사의 중대성이다.”소설가 조정래(71)의 부인인 시인 김초혜(71)가 펴낸 ‘행복이, 할머니가 손자에게’는 그녀가 첫 손자를 생각하며 1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쓴 편지를 묶은 것이다. 자식보다 더 조건 없이 사랑하고, 그 앞날에 꽃길 만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애잔한 마음이 담긴, 내리사랑이 담뿍 느껴지는 글들이다. 김씨는 2008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편지를 썼다. 당시 어린 아이였던 손자는 무럭무럭 자라나 국제중에 재학 중이다. 김씨는 손자의 중학교 입학 기념 선물로 이 노트를 줬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두뇌가 좋았다는 사실보다, 착하고 바르고 과묵한 아이였다는 점을 칭찬하고 독려한 할머니의 지극한 관심과 사랑이 한 사람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이라고 찬사와 축복만을 쏟아내지는 않았다. 험한 세상을 살아야 할 손자에 대한 걱정과 결코 만만치 않을 풍파에 그가 다치지 않고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소리도 아끼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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