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의 가무극은 음악과 무용, 연극 등이 혼합된 종합예술로 뮤지컬 형식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춤과 노래의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뮤지컬과 구분하려 하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2006년 초연한 창작가무극 `바람의 나라, 무휼`은 가무극의 뉘앙스를 적확하게 살려낸다. 고구려 3대 대무신왕 `무휼`, 상생과 평화라는 하늘의 길을 바라보는 아들 `호동`의 부도, 즉 국가가 나아가야 할 이상향이 충돌하는 이야기다. 첫 선을 보였을 당시 뮤지컬이다, 아니다라는 논쟁이 맞붙었으나 흥행에 성공하면서 논란의 불씨는 잦아들었다. 2007, 2009년 공연하면서 서울예술단을 대표하는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바람의 나라, 무휼` 초연부터 이번 네 번째 공연까지 연출을 맡은 이지나(50)씨는 1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서울예술단의 경쟁력은 무용"이라면서 "선택과 집중을 위해 애를 썼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예술단과 손잡은 또 다른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로 호평 받았던 이 연출은 "요즘 라이선스 뮤지컬은 노래로 가고 있는데 서울예술단마저 여기에 매달리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짚었다. "`바람의 나라`도 그렇고 `잃어버린 얼굴 1895`도 그렇고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트렌드적인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바람의 나라`는 특히 원작에 충실했습니다."여백의 미를 강조하고자 했다. "더 비우고 싶었어요. 2막 초반 안무 신에는 사람만 등장하는데 기존의 뮤지컬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죠. 작품을 하면서 배우들로 무대가 꽉 차 보일 때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예술단이 그렇죠. 배우로 인해서 이끌려 가는 장면이 가장 아름답지 않은가라는 생각입니다."서울예술단의 작품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지적에는 "서울예술단 작품은 10회, 12회합니다. 이윤 추구를 하는 상업 뮤지컬처럼 60~80회 하지 않지요. 그래도 정확한 관객층이 있습니다. 서울예술단의 작품이 `위키드`를 따라갈 필요가 없거든요"라고 답했다. "국립단체(서울예술단)의 명분은 무엇인가. 그것이 대중성, 실험성, 해외진출인가, 과연 어떤 것인가. 그래도 대중성이라는 단어만을 추구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54) 예술감독이 맡아 오로지 음악과 안무로만 짠 12분간의 전쟁 장면 역시 이 작품의 실험성을 부각한다. 이 작품 초연으로 2006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안무상을 받은 안 예술감독은 "광활한 무대를 배경으로 안무를 짜기가 쉽지 않았다"면서도 "`바람의 나라`가 가고자 하는 형식, 전쟁과 충동의 관계를 전쟁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신체 퍼포먼스와 무대 운영에 주력하는만큼 도드라지는 넘버가 없다. 이 연출은 "(`지킬 앤 하이드`의) `디스 이즈 더 모멘트`는 없죠. (그래도 노래들이) 각자 고유의 뜻하는 바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비주얼과 조명적인 것에도 신경을 썼고요. 예술감독님이 (대중성을) 요구하면 (연출을) 안 할겁니다." 이미지 뮤지컬로 통하는만큼 배역도 `이미지 캐스팅`을 했다. 뮤지컬배우 고영빈(41)이 초연부터 네번째인 이번 무대까지 무휼을 도맡는다. 그룹 `엠블랙` 멤버 지오(27)사 호동을 처음 연기한다. 서울예술단 단원으로 `윤동주, 달을 쏘다` `쓰릴미`로 마니아층을 구축한 박영수가 `괴유`를 맡았다. 최정수, 이시후, 조풍래, 고미경 등 서울예단 단원들이 출연한다. 고구려 건국 초기 왕가의 이야기인 김진(54)의 만화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삼았다. 전 버전인 2009년 무대와 달리 무대·영상 디자이너가 바뀌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대 전체를 영상으로 덮는 매핑을 활용하는 등 기술의 비중도 높였다. 2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볼 수 있다. 예술감독 정혜진, 의상디자인 홍미화, 무대디자인 서숙진, 조명디자인 구윤영.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포함). 4만~8만원. 서울예술단. 02-523-0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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