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은 정신적 쇼크에 빠진다. 대형 사상과 인명 피해 그리고 광범위한 파괴 흔적 때문이다. 상실을 막을 수 없었던 스스로에 대한 분노, 혼자만 살아남아 있음에 대한 죄의식, 자신이 벌 받았다는 느낌, 대신 죽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 사랑하는 이 대신 자신을 죽게 해달라는 기도…. 충분히 절망했다고 생각했지만 절망은 때때로 불쑥불쑥 나타난다. 아무 이유 없이 울음이 터져 나온다. `세월호` 침몰 역시 대한민국에 정신적 쇼크를 안겼다. 스위스 출신 미국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1926~2004)와 미국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데이비드 케슬러(55)가 공동 집필한 `상실 수업`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상실은 극복될 수 없고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애도하는 슬픔은 치유에서 꼭 거쳐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이를 전제로 `실제 사례를 통해 상실의 고통을 극복해가는 치유의 방법`을 제시한다.장례식은 떠나간 이를 그리며 다 같이 추모하는 시간이므로 애통해할 기회를 놓치지 말 것,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한 여행, 추억의 장소, 영화, 음악, 책, 음식, 취미 등 모든 것들을 충분히 느끼고 애도할 시간을 가질 것, 남겨진 한 부모가 자신만의 슬픔에 갇힌 채 어린 자녀들의 슬픔에 대해서는 미처 깨닫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 것, 상실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꼭 대화하며 추억하고 애도할 것, 떠나간 이가 몹시 그리울 때 편지를 쓰면 큰 위로와 위안을 얻고 고통과 치유의 기록들이 될 수 있다고 권한다.상실 후 맞닥뜨리는 현실의 모습들은 깊은 상처를 어떻게 바라보고 극복해가야 하는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랑하는 이의 상실로 받게 된 보상금을 쓸 때 느끼는 죄책감과 슬픔, 암으로 아들이 죽은 날 남편의 섹스 요구는 추모를 모욕하는 것이 아닌 허망한 마음과 상처를 치유받고자 하는 행위이므로 죄의식이나 심한 혐오감에 빠지지 말 것, 떠나간 이의 빈자리를 상기시켜 주는 여러 기념일을 보내야 하는 괴로움 등이 예다. 로스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공허감과 깊은 슬픔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다. 당신의 세계는 그대로 멈춰버린다"면서도 "우리는 떠나간 이들에 대한 비통함을 안고서 상실의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고 전한다. 상실 후 겪게 되는 부정, 분노, 죄책감, 죄의식, 타협, 절망, 수용 등의 단계적인 심리와 복잡한 감정 상태를 짚는다. 상실의 원인 또한 암이나 심장마비, 뇌출혈, 희소병을 포함한 질병뿐 아니라 사고, 범죄, 테러, 자살, 자연재해, 재난, 전사, 알츠하이머 등 다양하기만 하다. 김소향 옮김, 324쪽, 1만3800원, 인빅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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