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8일 명동대성당에서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염 추기경은 미사 봉헌에 앞서 “성 목요일과 부활 성야, 부활 대축일에 미사를 지내며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기도해오다 교황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식에 참석차 로마에 가게 됐다. 이후 작년부터 예정된 사제 피정이 예수의 탄생지인 이스라엘에서 열려 이곳에서 많은 묵상과 기도를 바쳤다”고 근황을 전했다.염 추기경은 미사 강론을 통해 16일 귀국 직후 비공개로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을 만난 이야기를 전했다. “그저께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안산 합동 분향소로 향했다. 합동 분향소에 놓인 수백 명의 영정사진을 마주했는데, 영정 속 어린 학생들은 마치 지금이라도 운동장에서 천진난만한 미소로 친구들과 뛰놀 것만 같았다”면서 “그 슬픔을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영정 앞에 친구나 가족들이 써놓은 절절한 편지를 잃으며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비통해했다.“세상을 살아가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이 어디 있겠나. 졸지에 가족을 잃고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중에 있는 유가족들을 만났지만,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하고 그냥 그들의 말을 들었다. ‘살릴 수도 있었는데…’하며 울부짖던 한 어머니의 억울함을 깊이 공감했다. 분향소를 떠나며 무죄한 이들의 죽음에 대해 살아있는 우리가 모두 책임이 있음을 통감했다. 결코, 이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문제점도 지적했다.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는 인재(人災)’라고 표현한다. 승객들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직업윤리의 부재, 오랜 세월 겹겹이 쌓여온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들,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 불감증, 재난대응시스템의 허점 등 많은 부족함이 그 실체를 드러냈고 결과적으로 세월호 침몰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세월호의 참사는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결국 물질만능주의, 성공주의, 경쟁 위주의 메마른 삶이 우리를 지배해 온갖 사회병리적인 폐해가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염 추기경은 다시는 이러한 참혹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조치를 요청했다. 또 사회 부조리를 바로 잡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제대로 된 재난대응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이번 참사의 가장 밑바닥에는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인명 경시 풍조와 물질만능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작년 불법이민자들의 섬인 이탈리아 람페두사에서 언급한 미사 강론 일부도 낭독했다. 자기반성도 했다. “우리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우리 교회도 가난한 자세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기보다 외적 성장이나 사회적 성공만을 중시한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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