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의 시청률 부진이 심각하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26일 방송된 `트라이앵글` 제7회의 전국 평균시청률은 6.7%다. 같은 시간에 방송하는 SBS TV `닥터 이방인`(13.1%), KBS 2TV `빅맨`(10.3%)에 이어 꼴찌다.게다가 `트라이앵글`의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5월5일 8.9%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6일 제2회에서 9.6%로 소폭 상승한 뒤 12일 7.5%, 13일 7.4%, 19일 7.3%, 20일 6.8%를 기록했다. 전작인 `기황후`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28.7%였다. `트라이앵글`의 시청률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트라이앵글`, 무엇이 문제인가.먼저 `트라이앵글`에는 시청자를 끌어들일 만한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 리모컨을 쥐고, 시청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청자는 여성이다. 특히 20·30·40대 여성층을 끌어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기황후`가 `아침드라마형 사극`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아침드라마의 주시청층인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7회까지만 방송된 현재 이 드라마의 소재는 도박이다.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카지노를 배경으로 깡패가 나오고, 깡패같은 재벌이 나오며, 깡패같은 경찰관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성 시청자가 감정을 이입할 대상이 없다.여성이 원하는 이야기는 결국 남녀의 사랑이다. `트라이앵글`과 같은 날 시작한 SBS `닥터 이방인`이 갈수록 시청률이 상승하는 이유는 `승희`(진세연)를 향한 `박훈`(이종석)의 절절한 순애보 때문이다. 하지만 `트라이앵글`에는 명확한 로맨스가 없다. 짧은 회차 속에 가족의 재회·복수 등 풀어야 할 이야기가 많다보니 극중인물 간 사랑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유철용 PD와 최완규 작가가 만든 드라마 `올인`(2003)이 카지노와 깡패라는 `트라이앵글`과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로맨스 부재 못지 않은 문제는 `트라이앵글`의 이야기 자체가 이제는 너무 진부한 것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흩어진 형제, 그 형제를 둘러싼 음모, 그리고 복수 같은 것들은 한국드라마가 수없이 반복한 내용이다. 여기에 경찰과 재벌, 깡패를 더하는 방식은 `새롭지 않다`는 말보다는 `낡았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드라마의 완성도와 별개로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인 `닥터 이방인`과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인 `너희들은 포위됐다`만 봐도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결합이 드러난다. 메디컬 드라마와 정치 드라마를 뒤섞은 게 `닥터 이방인`이다. 액션 활극과 수사물과 성장물을 조합한 게 `너희들은 포위됐다`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트라이앵글`의 이야기가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트라이앵글`의 부진은 한국드라마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드라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섭렵하고 있는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잡으려면 가족사와 복수로 엮은 뻔한 이야기로는 불가능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트라이앵글`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반전이 없다면 시청률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또 다른 문제는 주연 배우의 연기력이다. 어색한 연기가 이어지다보니 드라마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트라이앵글`의 주인공은 `동수` `동철` `동우` 삼형제다. 큰형 `동수`는 이범수, 둘째 `동철`은 그룹 `JYJ`의 김재중, 셋째 `동우`는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이다. 연기력 면에서는 특별히 탓할 구석이 없는 이범수를 제외하면, 신인 연기자들이 극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두 아이돌 스타의 연기력은 수준 이하다.임시완은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 중에는 드물게 연기력을 인정 받은 케이스지만 아직 드라마 주연을 맡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호평을 받은 영화 `변호인`에서의 연기 같은 경우에는 분량이 많지 않고, 대사가 적어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을지 몰라도, 드라마는 다르다. `생방송`이라고 표현할만큼 많은 분량을 급하게 촬영해야 하는 드라마에서는 연기력 밑천을 금세 드러낼 수밖에 없다.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기에는 임시완의 경력이 짧고, 분량은 많으며, 대사는 과하다.임시완보다 좋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김재중이다. 김재중은 발성에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발성은 연기의 기본이고, 발성이 되지 않으면 주연을 맡기란 불가능하다. 김재중의 목소리는 기본적으로 탁하다. 오래 듣기에 좋은 목소리가 아니다. 여기에 발성까지 부족하다 보니 대사를 할 때마다 답답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몇몇 장면에서는 정확히 어떤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 때도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 김재중의 불안정한 목소리가 먼저 귀에 들어오다보니 드라마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게다가 분량도 많다.오연수, 김병옥, 강신일, 김병기 등 베테랑 조연들이 이들의 뒤를 받치고 있기는 하나 연기를 대신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시간대 `빅맨`과 `닥터 이방인`의 주연 배우 중 연기력에 문제가 있는 케이스는 없다. `닥터 이방인`의 이종석은 세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중 가장 어린 나이이지만, 연기력 면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다. 다시 말해, 주연 배우의 연기력은 이제 드라마의 성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셈이다.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트라이앵글`은 캐릭터 자체의 힘도 약하지만, 배우의 연기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드라마 `개과천선`같은 경우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김명민의 연기력으로 시청률을 만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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