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최대 건축 전시회인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국가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이 이 행사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기는 처음이다.프란체스코 반다린(이탈리아·심사위원장), 후 한루(중국)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한국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새롭고 풍부한 지식을 보여주는 뛰어난 전시”라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국관 전시의 커미셔너는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다. 큐레이터로는 배형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안창모 경기대 교수가 나섰다. 이들은 국내외 29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를 준비했다. 한국관의 전시 주제는 총감독인 렘 콜하스가 제안한 ‘근대성의 흡수: 1914~2014’란 국가관의 전시 주제에 따라 ‘한반도 오감도’라는 제목으로 남북한의 건축을 소개했다.‘한반도 오감도’는 지난 100년의 남북을 아우르는 건축적 현상에 대한 연구로 크게 ‘삶의 재건’(Reconstructing Life), ‘기념비적 국가’(Monumental State), ‘경계들’(Borders), ‘유토피아적 관광’(Utopian Tours) 네 가지의 주제로 구성됐다.한국관의 전시를 둘러본 외국 인사들의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렘 콜하스 총감독은 한국관 전시의 많은 양의 리서치에 감탄하며 다른 국가관들의 큐레이터들에게 한국관의 전시를 꼭 보게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렘 콜하스는 국가관 전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한국관과 독일관을 언급하며 그가 던진 주제에 대응한 각 국가관의 전시 기획 전략을 비교하기도 했다. 스위스관의 커미셔너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도 한국관 전시를 관람 후 조민석 커미셔너에게 최고의 전시라고 평했다. 영국관의 큐레이터인 샘 제이콥스도 한국관 전시의 풍부한 내용에 감탄했다. 뉴욕 뉴욕현대미술관(MoMA) 디자인 큐레이터인 파올로 안토넬리도 훌륭한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을 축하했다.조민석 커미셔너는 “전시는 우리가 처음 계획했던 데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말 멋지게 협업한 참여자들과 우리의 작업이 남북한이 모여서 건축에 관해 이야기할 때 얼마나 흥미로울지에 대한 작지만, 긍정적인 시범이 되길 소망했다”며 “언젠가 남북한 국기 두 개를 무난하게 걸어놓고 어떤 극적인 요소도 없이 그냥 좋은 건축전시를 열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이어 “전시 제목도 다다이즘 시 제목인 ‘오감도’가 아닌 단순하게 ‘조감도’라는 제목을 붙이고 과거를 돌아보며 우리가 이런 일에 대해 큰 상을 받고 성취감을 느꼈다는 자체가 얼마나 무지한 일인지, 우리가 만들어냈던 상상 속 남북한의 공백을 어떻게 봤는지 떠올리게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비엔날레는 나에게 전시라는 장르뿐 아니라 비엔날레전시에 대해 새로운 종류의 희망과 기운을 줬다”고 밝혔다. “나도 사학자이자 비평가이지만, 전시를 준비하면서 갑자기 북한과 남한의 건축을 동시에 다루는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아무도 그 일을 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비엔날레의 기획과 전시의 형식 자체가 이 두 가지를 함께 모을 수 있는 ‘위험한 실험’에 도전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배 교수는 “전시 도록을 편집하면서 전시 자체는 하나의 글이 되면서 글 자체가 전시 안으로 녹아들게 됐다. 또 전시가 담론을 만들어내게 됐다. 그것이 비엔날레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다”며 “새로운 것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담론을 창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전시 일부분이 된다는 것은 정말 훌륭한 경험이었다”고 감사해했다.1995년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자르디니의 마지막 국가관으로 설립된 한국관은 당시 다른 국가들과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이때 백남준은 한국관 설립의 당위성을 강조하고자 남한과 북한의 공동 전시를 제안했다. 베니스 시는 이를 조건으로 한국관 설립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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