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골프 여제`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다시 일어섰다.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그랜드슬램을 향한 꿈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박인비는 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 사일로 골프장(파71·633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23언더파 261타를 기록, 우승을 차지했다.지난해 6월30일 US여자오픈 이후 우승이 없었던 박인비는 약 11개월 만에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막판 10개 대회와 올시즌 앞선 13개 대회를 합쳐 총 24개 대회 만에 맛본 우승이다.이날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미국과 유럽 선수들에게 막혀 고전하던 토종 한국 선수의 올 시즌 첫 우승이자 지난해 영광 뒤 정체됐던 박인비 개인의 부진을 씻어내는 계기가 됐다.박인비 스스로도 그동안 우승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답답함의 연속이었다.그는 우승을 확정한 뒤 "매우 기다렸던 올 시즌 첫 우승이다. 지난해 US여자오픈 이후 우승이 없어서 조급한 마음이 있었다"면서 "우승에 대한 갈증이 가신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무엇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5개 메이저 대회 중 4개 이상을 여러 시즌에 걸쳐 우승함)을 향한 꿈을 다시 키울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반갑다. 박인비도 이날 우승 후 "올해 남은 목표는 브리티시오픈 우승"이라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박인비는 지난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웨그먼스 챔피언십, US여자오픈까지 차례로 제패해 3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3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은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6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남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할 경우 여자 골프 역사상 한 해에 메이저 4개 대회를 휩쓰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승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박인비는 결국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공동 42위에 머물렀다.메이저로 승격된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둘 경우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나흘 내내 부진한 끝에 공동 67위로 대회를 마쳤다.이후 박인비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 언저리를 맴돌다가 지난 시즌을 마무리했다.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거둔 단독 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올 시즌에도 지난해 막판의 부진이 이어졌고, 지난주 숍라이트클래식 이후 끝내 59주 연속 이어오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에게 내줬다.그러나 박인비는 이번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서 다시 일어서며 남은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4라운드 72개홀 동안 1라운드 4번홀에서 낸 보기가 유일할 정도로 완벽하게 살아난 샷 감이 더욱 돋보였다.나흘 내내 드라이버 정확도는 91%를 웃돌았고 그린적중률도 82%에 달했다. 평균 퍼트 수도 25개 이하로 맞춰 퍼트감도 되찾았다.답답했던 흐름을 깨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박인비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룰 수 있을지 많은 골프 팬들의 관심이 그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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