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획사를 등에 업고 물량공세 하는 가수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가요계로 돌아오는 거장들, 그들의 틈바구니로 새어 나오는 음악이 있다. 이들은 `거장`이 아닌 탓에 앨범을 내도 주목받지 못한다. 대형 기획사를 업은 가수들처럼 주목받기 위해 노력할 자본력도 없다. `인디`로 클럽 무대에 서기애도 어중간한 포지션이다. 기획사, 소속사 등이 이들을 위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제 노래가 무언지 알겠는데, 부를 자리가 없어서 쓸쓸해요"(박혜경), "꾸준히 앨범을 내는 게 목표에요."(베니)가수 박혜경(40), 밴드 `상상밴드`의 보컬 베니(36)가 새 노래를 냈다. `정규앨범` `미니앨범`은 언감생심이다. 담금질한 단 한 곡을 정성스레 담았다. 박혜경의 `랄랄라 세상`은 `21세기 민중가요`다. 투쟁 의지를 들끓게 하는 혹은 쓸쓸한 감성을 자아내는 기존의 민중가요가 아닌, 생각할 여지를 발랄하게 담은 노래다. `같은 달을 보면서 잠이 들지만, 왜 다른 해를 쬐며 살아가나요, 누구는 왜 항상 겨울인가요`, `함께 가자던 말 다 거짓인가요. 난 혼자 길바닥을 헤매요.`신인 작곡가 이재영이 팬을 자처하며 다가와 건넨 곡이다. "신선했어요. 이 친구의 가사를 보고 난 뒤부터 가사가 잘 안 나오더라고요. 제가 쓰는 가사들이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이 들었죠."하모니카와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되는 노래는 밝은 톤의 뮤직비디오와 겹친다. 명랑함 뒤에 숨은 날이 선 가사가 `랄랄라 세상`을 특별하게 한다. 설명대로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는 노래"다.박혜경이 화사하게 불합리한 세상을 노래한다면, 베니는 드러내놓고 고독을 말한다. 2008년 첫 솔로 미니앨범 `베니(VENNY)`를 통해 홀로서기한 이후 6년 만에 발매한 싱글 `떠도는 말`을 통해서다. 단 한 곡을 편곡하는데 한 달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 우주를 표류하는 인물을 다룬 영화 `그래비티`(감독 알폰소 쿠아론)에서 받은 영감을 다듬은 곡이다. 늘어지는 하나의 음, 더딘 전개, 까끌까끌한 보이스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후반부에 더해지는 스트링, 힘을 준 보이스가 날아드는 우주 폐기물을 마주한 영화 속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두려움에 토하는 절규다. "영화를 보면서 저게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결국, 우리는 혼자잖아요."`어느 누구도 없어. 아무렇지도 않아. 끝없이 외치고, 그칠 것 같던 울음 계속되지만, 멈춰 낼 수가 없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직접 쓰고 작곡가 박아셀이 다듬은 가사는 그녀의 삶을 닮았다. 하고 싶은 노래가 있지만, 설 무대가 드문 뮤지션으로서의 삶이다. "앨범을 준비할 때 고독했어요. 음악을 하고 싶어도 30대 중반 여자 보컬이 음반을 내기 어렵잖아요. 혼자 준비하다 보니 진짜 혼자더라고요."음악 스타일, 재킷 사진, 뮤직비디오도 상반되는 두 사람이다. 하지만 바람은 같다. 정성 들여 만든 곡을 함께할 사람과 만나는 것, 꾸준히 노래하는 날들이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예술인은 창작을 해야 하잖아요. 감성은 계속 쌓이고 배출이 안 되니까…. 감정을 뱉어낼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베니), "저는 뭘 해도 가수에요. 장사를 하더라도, 책을 쓰더라도, 박혜경은 가수니까요."(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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