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백자 항아리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호림박물관 서울 강남구 신사 분관에서 10월18일까지 ‘백자호Ⅱ-순백에 선을 더하다’를 연다.‘백자호’는 올해 호림박물관이 두 차례로 기획한 전시회다. 앞서 ‘백자호 Ⅰ-너그러운 형태에 담긴 하얀 빛깔’ 전에서는 순백자 항아리의 단아하면서도 넉넉한 형태에 투영된 여러 층위의 하얀 빛깔을 통해 조선 시대를 관통하는 미의식을 살폈다. 특히 백자 원호보다 주목받지 못했던 입호(立壺)의 강건하고 웅장한 자태를 새롭게 조명했다.이번에는 호림박물관 소장품 중에서 청화·철화 백자를 내놨다. 청화백자는 당시 회회청(回回靑)이라 불린 코발트 물감으로 문양을 그려 꾸몄다. 조선에서는 15세기 중엽부터 제작되기 시작했다. 회회청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되지 않았을 만큼 매우 귀했다.15~16세기에 제작된 청화백자는 순백 바탕에 구현된 청아한 청화문양 덕분에 마치 잘 그린 회화작품이 연상된다. 도화서 화원이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서 주로 왕실에서만 사용된 고급 도자기다. 청화백자는 임진왜란 직후인 17세기를 제외하고는 조선백자의 중심을 차지하며 조선 후기에는 더욱 성행했다.17세기에 성행한 철화백자는 철사안료(鐵砂顔料)로 문양을 그려 넣은 것을 말한다. 철화백자는 물감 속의 철의 함유량과 번조 상황에 따라서 황색·적갈색·흑갈색·흑색 등 다양한 발색을 보여준다. 특히 물감의 특성상 활달한 필치로 문양을 그려서 붓질의 강렬함과 자유분방한 표현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철화백자에 구현된 해학적인 문양과 간결한 추상적 문양은 분청사기와 함께 한국미의 원형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청화·철화 백자의 특징이 가장 잘 구현된 것이 조선 시대 백자호다.전시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눠 구성했다. 제1전시실에서는 ‘강건한 형태에 담긴 선과 색’을 주제로 청화백자, 철화백자 입호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푸른 청화 물감으로 용(龍)과 봉황(鳳凰)이 그려진 대형 청화백자입호는 조선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검붉은 철화 안료로 문양을 그린 철화백자입호는 청화백자와 달리 붓질의 자유분방하면서도 강렬한 멋을 엿볼 수 있다. 전시공간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입호의 강건한 형태는 물론 서로 다른 미감의 청화와 철화 문양을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제2전시실에는 ‘흰 빛깔과 푸른 선-청화’를 주제로 다양한 형태에 구현된 청아한 청화백자를 들여놨다. 궁중 화원들이 관요(官窯)에 파견돼 그린 사군자 계열의 청화문양은 한 폭의 잘 그린 그림 못지않은 높은 회화성을 드러낸다. 전시장에는 청화백자와 함께 조선 시대 사군자 그림을 비교 전시해 청화문양의 수준 높은 격조를 나타내고자 했다. 조선 후기 청화백자호에 자주 등장하는 부귀(富貴)·다산(多産)·장수(長壽) 등의 길상문양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일상 속 진솔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제3전시실에서는 ‘흰 빛깔과 검붉은 선-철화(鐵畵)’를 주제로 철사안료를 사용해 자유분방하게 그린 철화백자를 전시했다. 특히 원호(圓壺)에 그려진 해학적인 모습의 용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을 보여준다. 아울러 서툰 솜씨로 그린 다양한 초화(草花) 문양은 현대 추상화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렬하면서도 자유로운 형태다. 02-541-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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