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메탈 최고경영자를 지낸 이병우(55)씨는 10여 년 전 어느 날 홀연히 중국으로 떠났다. 남아 있는 인생 후반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실전에서 만난 중국과 중국인은 이상을 품은 그에게 참담한 실패를 안겼다.‘만만디의 중국 고수들과 싸울 준비는 했는가’에는 ‘삼국지’의 고향 중국 우한에서 악전고투하며 요식업으로 성공한 이씨의 생생한 체험담이 담겼다. 14세 무렵 `삼국지`를 읽었다는 그는 이제야 비로소 중국고수들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알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13억 인구 중 성공한 중국인들. 이들이 어찌 단순한 지략으로 돈과 명예를 거머쥘 수 있겠는가? 머리는 제갈공명을 능가하고 지혜와 책략은 조조를 뛰어넘고, 인품은 유비를 닮았고 용감한 도전정신은 조자룡을 능가한다. 우리가 상대할 중국인들은 바로 이런 고수들이다.” 사람과 사람 또는 사물 사이의 관계나 연줄을 뜻하는 관시. 중국의 사회는 관시로 시작해서 관시로 끝난다. 서류 하나를 처리하더라도 관시가 유용하게 적용된다면서 중국에 이사 오면 먼저 집주인부터 초대하라고 권한다. 가족 6명에게 용돈을 받는 중국의 자녀들은 당서기 지위보다 높다면서 이들을 소홀히 다루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 관시 못지않게 중국인의 속성을 대변하는 ‘만만디’가 있다. 흔히 ‘중국인들은 느려 터졌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른다. 그러니 중국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일단 ‘기다리는 것’이다. 하루 정도면 처리되겠다고 생각되면 1주를 예상하는 것이 속 편하다. 아무리 성격 급한 사람이라도 뾰족한 수가 없다. 그렇다고 중국인이 결코 성격이 느긋하거나 일 처리 자체가 늦는 것은 아니다. 이씨는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의논하기에 느린 것이 아니라 정확한 것이다. 중국에선 급한만큼 손해 볼 확률이 아주 높다”고 전한다. 결국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가 된다”는 것이다. “성격 급한 한국사람이 중국에서 실패하는 원인 중 하나가 부족한 인내심이다. 중국에서 실패의 근본원인은 중국인이 나빠서도, 사람을 잘못 만나서도 아닌 중국이라는 나라의 사회시스템과 문화가 우리와 다름에 있음을 빨리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후베이 성 최대 한식당 체인점 ‘한향삼천리 관리유한공사’ 전문경영인인 이씨는 후베이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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