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뉴욕, 뉴저지의 시각 예술 작가들이 ‘빨래방’이라는 독특한 컨셉의 전시회를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지난 10일부터 뉴저지 티넥의 나비 박물관 갤러리에서 열리는 그룹 초대전의 테마는 ‘런드로매트(Laundromat)’이다. 런드로매트는 동전식 세탁기들이 모인 ‘빨래방’을 이르는 말이다.‘런드로매트’는 전시회 참여 작가인 서성욱씨의 주된 작품 테마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함께 어울려 생활하는 미국의 모습을 쌓여진 빨래를 통해 작품의 영감을 얻은 것이다.미국 작가 중 스티븐 카발로는 ‘위안부 초상화가’로 한인 사회에 잘 알려진 주인공으로 이번 초대전에 아버지가 겪었던 시대를 고스란히 경험하는 아들의 시선을 수채화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또한 주목받지 못한 여성의 권리와 불평등을 소재로 출품한 피어리나 파네비앙코와 30년 간 타이포그래피로 뉴욕의 다양한 건물과 도시 풍경을 묘사한 도리 리프킨도 눈길을 끈다.다른 한인 작가로는 김선영, 김수정, 양은녀씨와 한국에서 심리학자로 활동하다 미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박종순씨가 참여한다. 전시회는 오는 28일까지 계속되며 오프닝 리셉션은 19일 오후 5시에 열린다.여타 작가들이 한두점 출품한 것과는 달리 초대전의 주제를 떠받드는 서성욱 작가의 작품들은 모두 7점이다. 200개 이상의 민족이 거주해 ‘인종의 용광로’로 불리는 뉴욕에선 타임스스퀘어를 비롯, 지하철과 버스, 거리 페스티발 현장에서 다양한 민족들을 만나지만 작가는 독특하게도 동전 빨래방에 수북히 쌓인 빨래들을 보며 작품의 상상력을 얻게 됐다.그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다양성의 의미를 되짚고 예술가의 통찰력이 날마다 흔하게 스치는 사람들의 생활공간에서도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2002년 유학을 온 이후 일주일에 한번씩 런드로매트에 갔어요. 어지럽게 한데 뒤섞여 돌아가는 빨래와 그것이 차곡차곡 개어진 모습을 보면서 문득 다양한 컬러와 개성을 가진 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뉴욕을 깨우칠 수 있었어요.”색상이 다양한 옷들은 여러 다양한 인종으로 상징되어지고 각기 다른 옷감들은 여러 문화와 성격으로 표현되어진다. 반듯하게 쌓여진 빨래의 형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규범과 도덕적 질서를 나타내고 있다.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사회를 이루듯 각각의 고유의 컬러와 스타일을 갖고 있는 옷들 또한 함께 조화로운 패턴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이번 전시의 큐레이팅을 맡은 스티븐 카발로 작가는 “참여 작가의 다양한 배경과 다채로운 시각적 표현 기법들이 한데 어울려져 전시된 공간은 또다른 하나의 빨래방을 연상시킬 수 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서성욱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성장은 다양성 안에서 발전이 되고 여러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섞임은 상대의 다른 점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깊게 만들고 함께 생활하는 사회 구성원들간의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고 말한다.예술은 그러한 맥락에서 시대의 가치를 고스란히 나타내며 때론 표지판이 되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함이 가진 가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서성욱(38) 작가는 부산 태생으로 동아대를 졸업하고 2002년 도미, 프랫스쿨에서 석사 학위(MPS)를 받았다. 작품 활동과 함께 루빈 미술관에서 마케팅 업무를 비롯, 퀸즈 아트스쿨 교사, 프로젝트 매니저, 아트매거진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통해 작가로서의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한편 나비박물관은 지난해 5월 개관 이후 전문박물관의 역할은 물론, 지역사회에 이슈가 되는 전시와 예술 작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며 활발한 문화 활동의 길잡이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월드컵 기간 중에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뉴저지 한인들의 단체응원을 벌여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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