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각 구청 산하 문화예술기관장은 전문성과 관계없이 예술 업무를 담당해 온 일반직 공무원의 텃밭이 됐다.  지난달 1일 단행된 대구 중구청 인사에서, 윤순영 중구청장은 봉산문화회관장직을 일반직 공무원에게 맡겼다. 이는 타 구청도 마찬가지로 관행적 인사전철을 답습한 것으로 전문성보다는 `자리 만들어주기식`인사라는 지적이다.   구청 관계자는 "김순희 관장은 2006년 10월부터 2009년 7월까지 2년 9개월 동안 봉산문화회관의 운영관리를 담당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단순히 5년 전의 봉산문화회관 관리·운영담당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연 예산 14억 6000만 원인 봉산문화회관의 관장직을 맡겼다는 것은 인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대기업에서 과장 5년 달고 바로 CEO가 된 형태를 띠는 것으로 인사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예술기관·단체장을 임용할 땐 공무원경력(5년), 관련학과 석·박사학위 소지(5년), 문화예술관련 기관·단체 경력(7년) 등 나름대로 자격기준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봉산문화회관장의 임용과 관련된 자격요건이 구체적으로 문서화돼 있지 않아 불필요한 오해를 살 여지가 충분하다. 임용권자인 윤 구청장의 전권으로 순환전보라는 요식적인 절차만 밟으면 되기 때문이다. 관장에 대한 자격·능력·경험·열정에 대한 검증절차가 필요한 대목이다.  중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일단 발령을 받으면 최소 3년 정도는 관장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구청도 봉산문화회관장이 매년 교체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며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현재 봉산문화회관은 관장을 포함해 총 11명의 직원 중 6명은 일반직 공무원이며, 5명은 임기제 공무원이다. 예산에서 인건비 지출(6억3천만 원)이 43%에 이른다. 이러한 수치는 봉산문화회관이 `빛 좋은 개살구`로 운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직원구성비율·예산운용·관련분야 전문성 등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  구청 관계자와 취재 도중, 느닷없이 끼어든 한 공무원이 "공무원이 무슨 프로필이 있습니까?"라고 뱉은 말은 프로필(약력/경력) 없는 인물도 관장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직자가 무능(경력을 쌓지 않음)하고 자리만 탐한다면 이것이 바로 적폐의 시작이다. 기회의 균등성만이 `적폐일소(積弊一掃)`의 지름길이란 사실을 되새기기를 바라며 다음 인사에선 대구 봉산문화회관이 `중구청 출장소`가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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