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5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걷기대회`에 참석한 대구지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모(87) 할머니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이날은 23년 전인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세계 최초로 위안부 피해를 증언한 날이다. 2012년 대만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이날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정했다.거동이 불편한 이 할머니가 한 손에 지팡이를 쥔 채 봉사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오르자 동성로 야외무대 앞 광장은 일순간 숙연해졌다. 이 할머니는 "17살 때 같은 동네 처녀 7명과 함께 일본군에 의해 중국 만주로 끌려갔다"며 "아직도 그곳에서 고통을 당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이어 "당시에 고문당한 인두 자국이 아직 몸에 남아 있고 마음의 상처도 여전하다"며 "그런데도 일본은 아직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러면서 "일본의 사죄가 없으면 우리나라의 광복도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며 "하루 빨리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를 받아낼 수 있도록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시민모임) 주최로 이날 오후 대구 동성로 야외무대 앞 광장에서 걷기대회 행사가 열렸다. 시민모임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대구 신천둔치 일대에서 이 행사를 개최해 왔다. 동성로에서 이 행사가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로 인해 행사 규모는 대폭 축소됐지만 동성로 야외무대 앞 광장에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시민 등 수백여명이 모여들었다.참가자들은 비록 동성로 일대를 걷지는 못했지만 버스킹과 댄스 공연 등 각종 공연을 보며 행사를 즐겼다.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이날 행사에 참석한 경덕여고 2학년 윤권능(17) 학생은 "할머니들이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려서 반드시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고 싶다"고 말했다.시민모임 안이정선 공동대표는 "대구경북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많은 분이 돌아가시고 이제는 6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분들마저도 이제는 대부분 몸이 편찮으시다"고 말했다.이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받아낼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이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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