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일에 익명의 독지가가 대구시 북구(18곳)와 서구(4곳) 소재 동사무소에 쌀을 기탁해 왔다. 처음엔 200포였지만 분기별로 50포씩 늘어나 지금은 쌀 400포(10Kg 포장, 880만 원 상당)가 됐는데, 천사의 선행은 올해로 3년째 이어져 왔다.  이에대해 북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이연하 담당자는 “그 기부자는 이름이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아 익명으로 기부해 왔다”며 “앞으로도 기부하는 쌀의 양을 더 늘릴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예 쌀가게 한 곳을 정해놓고 어김없이 1일이면 배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 끊임없이 터진 사건사고에 서민의 마음은 쓰리고 답답하다. 이때 기자는 익명의 독지가를 세상에 알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9일 오후 기자는 「K-마디병원」(대구시 북구 노원2가 280번지)을 찾았다.  ‘기부정신’을 널리 알려 ‘나눔 문화 확산’의 촉매제가 돼야한다는 기자의 설득에 마침내 기 원장은 천사의 얼굴을 세상에 드러냈다. 수술시간이 잡혀 있다는 말에 짧은 시간이지만 인상 깊은 인터뷰가 시작됐다. - 기부 동기는 무엇인가?  노블리스 오블리제, 사회 구성원이 존재해야 병원도 존재할 수 있다. 사회 환원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왜 하필 ‘쌀’인가? 특별한 의미라도…  기부금액의 효율적 분배로 10Kg, 2만2000원이면 현금으로 큰 도움이 안 된다. 전달대상이 주로 조손가정인데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인 경우도 있다. ‘쌀’은 초등학생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고 100명 중 한두 명이라도 사회의 따뜻함을 알게 된다면, 그들이 자라서 기부를 할 것이고 결국 ‘릴레이식 사회공헌’이 될 것이다.- 3년간 지속적으로 기부를 해왔는데 힘들지 않는가?  힘들어도 사회와의 약속이니까 꼭 지키겠다. 때론 1∼2억 정도의 적자가 날 때도 먼저 (기부금을) 떼어 놓고 병원재정을 생각했다. 기부는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없더라도 할 수 있다. 마음이 중요하다.- 기부행위 하기 전과 이후, 마음의 변화가 있다면?  변화가 없다. 당연한 일이라 좋은 일한다는 마음은 전혀 없다. 그리고 돈이 아깝다고 생각해 본 적은 더더욱 없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부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이름이 알려져) 표면화되면 이중잣대를 적용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오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끝으로 가족관계를 묻자 “우리애가 예쁜 것은 당연하지만 남의 아이도 역시 예쁘다”고 하면서 빙긋이 웃었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우리 관내에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지 않고 실천하신 분이 있어 자랑스럽다. 기부문화 정착이라는 순수한 뜻이 여러 사람에게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필품이 필요한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우리의 식탁에 여분의 자리를 남겨두자”고 했지만 이를 실천하는 이는 드물다. 기용철 K마디병원 원장은 발코니에서 세상을 바라보지만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인터뷰를 마치는 순간, 기자의 가슴에 무더위를 씻어 내는 한줄기 상쾌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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