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별 걸 다 챙겨주니까 이젠 좀 짜증이 나고 마치 감시받는 느낌까지 들어요.”예전에 같이 일했던 후배와 오랜 만에 만났는데, 얘기 중에 남친 흉을 보네요. 1년째 교제 중이라는데, 아마 후배를 무척 챙기나 봐요. 후배가 생리통이 심한 것을 알고는 매월 때가 되면 핫팩이나 진통제 같은 걸 사다준다고 합니다.약간 보수적인 면이 있는 후배는 남친의 그런 행동이 좀 자잘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며칠 전에는 신경질이 나서 “자기는 그렇게 할 일이 없어?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자기 일이나 잘해”하고 언성을 높였다는군요.제가 후배에게 몇 마디 했어요. “신경 안 써주면 무관심하다고 하고, 신경 많이 쓰면 귀찮아하고. 복에 겨운 줄도 모르고. 자긴 정말 좋은 사람 만난 거야!”그 사람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어하는 마음, 그래서 다 챙겨주고 싶은 마음, 그게 사랑인 줄 모르고, 후배는 투정을 하고 있더군요. 여러분들은 상대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작은 것 하나까지 다 기억해주면 어떤가요? 여성1: 우리 아빠는 참 자상한 성격이고, 이것저것 잘 챙겨주시는데, 문제는 엄마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사소한 것까지 기억해주는 거 좋다. 하지만 상대가 사소한 것까지 기억해주기를 바란다면 그런 관심은 안 베푸는 게 좋을 것 같다.여성2: 표가 나게 잘해주는 남자들도 있다. 근데, 그게 너무 선심성인 게 느껴지면 고마워하게 되지를 않는다. 내 경험을 얘기하자면 몇 년 전 사귄 남자였는데, 외국의 유명한 오케스트라가 내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정말 지나가는 말로 R석 티켓이 수십만원하는데,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을지 궁금하다, 이런 말을 했는데, 정말 티켓을 산 것이다. 문제는 돈이 아까워선지, 그런 취향이 아니어서인지, 내 표만 샀다는 것. 서프라이즈였는데, 난 도리어 당황했다. 혼자 거기 가서 어쩌라고! 여성3: 진심이 느껴지면 작은 손수건 하나도 명품 선물 못지않은 감동이 있다. 지금 만나는 사람인데, “점심 뭐 먹었어?”라고 해서 “시원한 냉면 먹고 싶었는데, 동료들이 설렁탕 먹자고 해서 먹었어”했더니 그날 저녁 야근을 하는데도 시간을 내서 냉면을 사줬다. 그냥 말 한 마디만 해줘도 되는데, 그렇게 신경을 써주는 사람, 그래서 난 행복하다.14세 연하남과 썸을 타는 노처녀의 연애담을 그린 드라마를 우연히 봤는데요. 거기 보니까 6년 만에 재회한 그녀의 애인이 “너 술 취하면 아무한테나 입을 맞춰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놀라운 기억력 정도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그게 만일 현실의 일이라면 저는 그녀에게 그와 다시 만나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만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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