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환 관장이 지난 7월 17일 대구시 수성구 공경로 70 아파트 상가 전 층을 꾸며 대구 아트도서관(ART LIBRARY)을 개관한 지 두 달이 됐다. 아트도서관은 지역 유일의 전문 미술도서관이다. 추석을 앞두고 찾아 본 아트도서관의 허두환 관장은 눈 코 뜰 새 없기가 여전하다. 그날도 허관장은 소장 중인 2만 여종, 6만 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책들과 씨름을 하다 오전 시간대에 관람객과 방문객들이 몇 명 나타나자 비로소 일손을 잠시 멈추었다.“아트도서관은 개별 작가를 위한 아카이브(기록보관소) 작업을 계속해 나갑니다. 세계 도처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세계적인 미술도서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트도서관에 대한 허 관장의 비전은 월드컵 4강에 오르고도 “아직도 배고프다”고 일갈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을 연상케 한다. 디지털이 대세가 되고 인터넷이 홍수처럼 넘쳐나지만, 허 관장의 시각으로는 미흡한 게 많단다. 인터넷에는 유명세가 없는 신예나 학계의 자료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와 관련 “유명 무명과 국내 국외를 불문하고 최대한 자료를 모을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인다. 디지털도 아날로그 베이스 없이는 불가능하고 아날로그의 존재감을 낮게 보아서는 문화 예술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이 허 관장의 지론이다. 30년 간 해외 원서 유통업을 했고 최근까지 미술갤러리를 운영해 온 허 관장에게 있어서 이번의 종합 아트도서관은 ‘인생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아트도서관은 도서관을 베이스로 해서 아트북스토어 역할을 한다. 특히 국외 희귀 도서는 어느 대형서점 보다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급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제는 ‘미술도서쇼핑몰’ 구축을 위해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도 다녀갔다고 한다. 허관장의 최종 목표는 유일본에 가까운 희귀본도 가능한 한 수집하고, 품격 있는 작품들도 많이 모아서 아트박물관으로 자리 매김하겠단다. 그런 만큼 자신의 인생을 총 망라한 역작 아트박물관을 향한 허 관장의 자부심이 대단할 수  밖에 없다.“대구 뿐 만아니라 국내 최초의 전문 아트도서관입니다. 설립자인 저만이 아니라 지역의 자부심이 될 겁니다.”고 말하면서 허 관장은 얼마 전에 어렵사리 입수한 ‘조선미술전람회도록(선전)’ 19권을 보여준다. 1922년부터 1940년까지의 대한민국 미술 ‘국전’의 전신이 되는 ‘선전’ 일본어판 영인본을 자식처럼 어루만진다. “책의 향기를 맡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곧 힐링이 됩니다.” 허 관장은 현대의 디지털화가 현대인의 정신과 정서에 해악이 되고 있으나 아트도서관의 중요 역할에 미술치료도 있다고 설명한다. 문예부흥으로 번역되는 서구의 르네상스가 교조에 빠졌던 중세의 암흑기를 걷어냈다. 그러나 그 문예부흥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숱한 오해와 곡해를 넘어서고서야 지구가 돌고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가 모두에게 인정받은 것. 이처럼 허 관장의 물살을 거스르는 연어와 같은 종이책을 향한 불꽃같은 열정도 자신의 비전 성취를 넘어서 정신과 정서에 병든 대한민국과 한국인들에게 치유의 폭포수가 되어 주리라 기대가 된다.  강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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