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한약재 도매시장인 대구 약전골목에 한약방과 약업사가 빠져나간 자리에 커피점과 식당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다. 350년 역사를 지닌 대구 약령시는 조선 효종 때부터 한약재 수립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겼고 약전골목은 이런 역사적 배경을 지닌 국내 최고의 약령시로 2001년 한국기네스위원회에 인증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한약방과 약업사가 비싼 임대료를 내지 못해 수십 년 해오던 생업을 포기하고 이곳을 떠나자 그 빈곳에 커피점과 식당이 생겨나고 있다. 20년간 약전골목에서 한약업사를 해 온 김모(58)씨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임대료 수익을 기대하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더 올려주겠다는 커피점주의 제안에 끌려 기존 한약업사와의 계약을 꺼리고 있다”면서 “자기 건물이 아니면 비싼 임대료 때문에 도저히 이곳에서 버텨낼  수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실제 이곳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공인중개사는 “최근 3년 새 임대료가 최소 300% 이상 상승했다”며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후, 기존 동아백화점과 반월당 네거리 지하점포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상권 활성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곳 약전골목 일대의 임대료도 상승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실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주변이 3년 전에 평당 1000∼1500만 원이던 것이 현재 2000∼25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2000∼3000만 원 선의 공개물권인 경우 전부 소진된 상황이다. 또 임대료의 경우, 20평 기준으로 월세가 70∼80만 원이던 것이 현대백화점 입점 후엔 200∼250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 약전골목 건물주의 입장에선 당연히 임대수익의 상승을 기대하게 됐고 젊은 층의 유동인구 증가를 겨냥해 창업을 희망하는 커피점 점주의 생각과 일치돼 이곳에 커피점 창업이 틈새시장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젊은 층의 유동인구 증가가 한약방이나 약업사의 매출과는 직결되지 않고 있고, 비싼 임대료를 치르고 점포를 연 커피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창업의 기대치만큼 이곳 약전골목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커피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약전골목에서 커피점을 창업한 이모(45)씨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이곳을 거쳐 대백 근처 동성로 일대에서 모임이나 약속을 많이 한다”며 “틈새시장이라 생각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겨우 현상 유지만 하고 있을 뿐 처음 기대한 만큼의 수입은 포기했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A부동산 김모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식당이나 커피숍도 실제 매출로 월세를 내고 그나마 수익을 조금이라도 낼 수 있는 곳은 20∼30%도 안 된다”면서 “나머지 30% 정도는 비싼 권리금과 시설비 투자 등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식당·커피점·미용실 등을 하기 위한 점포를 구해달라는 의뢰가 10여 곳에 이르지만 실제 임대나 매물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약전골목 남성로1번지에서 60-1번지까지 이면골목을 제외한 약전골목에는 스타벅스를 비롯해 커피명가 등 커피점이 10여 곳이 현재 영업 중에 있지만 스타벅스 등 고급 프랜차이즈만 커피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어 이익이 발생 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국내 최대 한약재 도매시장인 대구약전골목의 명성이 틈새시장을 노린 커피점 창업으로 인해 빛을 잃어가고 있다. 대구시의 약전골목 활성화 대책은 헛구호에 거치고 있어 관계당국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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