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인 전상렬은 ‘미도다방(美都茶房)’에서 “종로2가 진골목 미도다방에 가면 가슴에 훈장을 단 노인들이 차 한잔 값의 추억을 판다”고 노래했고, 황동일 시인은 “초현대 메트로폴리탄 서울에서 1970년대로 시간 이동할 수 있는 데가 몇 군데가 되겠는가 그것도 한 잔의 커피와 베토벤쯤을 곁들여서”라고 서울의 학림다방을 묘사했다.  이제 30년째 진골목의 주인인 미도다방은 대구를 대표하는 다방계의 아이콘이 됐다. 그런데 이곳 주인장인 정인숙(여·63) 씨가 오는 8~1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제4회 대구 국제 커피 및 카페 박람회’에 참가해 커피로 대변되는 서양문화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커피와 차별화하기 위해 단아한 한복을 입고, 직접 개발한 쌍화차나 약차를 대접해 우리 전통차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며 “제조업 허가가 없어 판매는 할 수 없고, 모금함에 모인 돈은 ‘미도봉사회’에 맡겨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다”라고 포부를 말했다.  그러면서 “돈은 젊을 때 써야 보람과 효과가 있고 무엇보다 올바르게 쓸 수 있다”며 “젊은 시절부터 어르신들과 많이 대화해서 얻은 깨우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15년째 ‘미도봉사회’를 통해 장학금 기탁 등 선행을 쌓아오고 있으며 (사)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 대구지회장 직책을 맡아 식품 위생 수준향상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해마다 5월 8일 어버이날과 12월 동짓날엔 돼지고기와 떡, 팥죽 등을 할아버지들께 대접해 오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면 감정이 무뎌지는 것으로 알지만 오히려 외로움을 더 많이 탄다”고 운을 떼면서 어르신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외롭고 말벗이 없어서라고 귀띔해 준다. 또 “호기심으로 스타벅스 같은 커피점에 가면 젊은이들이 마치 이방인처럼 힐끗 쳐다봐 마음이 매우 불편했는데, 유유상종이라 이곳(미도다방)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는 어느 어르신의 씁쓸한 얘기를 전해준다.  쌍화차의 온기가 식을 즈음, 그는 “꽃다운 시절부터 평생 다방을 해왔다. 미도다방이 대구를 상징하는 문화공간, 어르신들의 위로 공간, ‘할머니·할아버지가 생각나면 미도다방에 가라’는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 나는 게 나의 소원이다”며 “대구시에서 위탁 운영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되길 원하며 당장은 다방입구 공간이라도 쌈지공원처럼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근대문화골목 투어코스인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특히 다방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보곤 매우 즐거워한다”며 “미도다방이 어르신에겐 사랑방 역할을, 외국인에겐 한국적인 멋과 맛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매우 행복하다”고 끝을 맺었다. (주소:대구시 중구 종로2가 진골목길 14, ☎:053-252-9999) 송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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