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대 화제작은 바그너 최후의 악극인 오페라 ‘파르지팔’ 초연이었다. 국립오페라단이 올린 이 작품은 무려 5시간35분의 대장정임에도 3일간 총 4500석이 단숨에 매진됐다. 그럼에도 오페라는 일반 대중에게 아직 ‘가까이 하기에는 먼 당신’이다. 최근 ‘오페라의 대중화’를 표방하는 작품들이 잇따라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새로우면서도 재미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페라극장으로 자리매김한 고양문화재단이 대전예술의전당과 손잡고 베르디 초기의 걸작 오페라 ‘나부코’를 16일부터 18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공연한다. 히브리인들이 바빌론에 강제로 끌려간 사건인 ‘바빌론 유수’라는 구약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해 종교적 색채가 다소 강하다. 나부코의 회개와 개종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의 결말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법하다. 카이스트에서 공부한 공학도 출신의 김태형 연출은 시대와 종교를 초월한 연출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연극 ‘모범생들’ 뮤지컬 ‘아가사’ 등으로 주목 받고 있는 연극·뮤지컬 연출가다. 그는 줄거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나부코로 상징되는 물질 및 기계문명이 히브리인들로 상징되는 정신 및 자연문명을 무력으로 짓밟으려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 문명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시각적인 파격은 스팀펑크 양식이다. 영화, 애니메이션, 패션 등 디자인 분야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이 양식을 모티브로 삼았다. 나부코 역의 바리톤 김진추를 비롯해 박현주, 함석헌 등이 출연한다. 국립오페라단장을 지낸 정은숙 예술감독 등이 힘을 보탠다. 고양시립합창단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힘을 보탠다. 같은 달 24일부터 26일까지는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총 15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고양문화재단 1577-7766 ◇2인 창작오페라 ‘로미오대줄리엣’(Romeo vs. Juliet)은 17~19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의 ‘세종카메라타 오페라 리딩 공연’에서 초연했다. 극 중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 함께 캐스팅된 위기의 오페라 가수 부부가 주인공이다. 작품을 연습하며 서로에 대한 애증을 드러내는 부부의 ‘오페라 썰전’이 80여 분간 이어진다. 오페라, 영화음악, 국악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작곡가 신동일과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의 극작가 박춘근이 함께 만들었다. 리딩공연에 출연한 소프라노 최우영과 테너 최상배가 다시 함께 한다. 테너 김영하와 소프라노 홍아름이 새로 합류한다. 음반도 함께 발매된다. 마포아트센터. 02-3274-8600◇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사장 이종덕)은 11월 8~9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오페라 ‘리타’를 선보인다. ‘사랑과 묘약’과 ‘파보리테’등으로 유명한 도니제티가 1840년께 작곡한 오페라다. 등장인물이 세명에 불과하지만 줄거리와 작품 구성이 탄탄하다. 기가 센 여인 ‘리타’와 함께 살지 않으려는 두 남자가 벌이는 해프닝을 그린다. 이번 무대는 그간 대극장에서 선보였던 대형오페라 대신 살롱 오페라로 규모를 줄여 관객과의 거리를 좁힌다. 무엇보다 ‘영웅’, ‘지킬앤하이드’로 유명한 뮤지컬스타 양준모가 연출을 맡아 눈길을 끈다. 1999년 오페라 ‘마술피리’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유망한 성악도였다. 러시아 국립 노보시비르스크 국립음악원 성악과를 수료했다. 성악가로 2장의 앨범도 발매했다. 극작 한지안, 한글가사 채한울·한지안, 무대디자인 최영은. 인터파크. 1544-1555◇오페라와 연극을 결합한 오페라연극 ‘햄릿’은 11월 20일부터 12월28일까지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공연한다.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의 하나다. 댄스뮤지컬 ‘스핀 오디세이’의 연출가 김진만이 지휘한다. 원작 ‘햄릿’에 오페라가수 나탈리 드세이의 광란의 아리아로 유명한 프랑스 그랜드오페라의 대표작곡가 앙브루아즈 토마의 ‘햄릿’ 아리아가 삽입된다. 이노컴퍼니는 “오페라의 화려함과 고급스러움, 연극을 통한 극적 재미를 융합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예술감독은 바리톤 김동섭, 음악감독은 작곡가 김민수, 작가는 문학평론가 김나정이 맡는다. 02-714-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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