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A 초등학교는 점심시간마다 각 반으로 급식이 배달된다. 급식 시설은 있으나 식당이 없어 학생들의 교실로 일일이 급식을 가져다 줘야 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반찬통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뜨거운 국을 엎어 배식 담당 학생들이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었다.또 다른 B 초등학교는 2년 전 비어 있던 교실 2개를 터서 임시 식당을 만들었지만 전교생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정해진 점심시간 내에 배식이 끝나기 때문에 같은 돈을 내고도 먼저 먹는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을 위해 늘 쫓기듯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2일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이처럼 급식실·식당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학교는 전체 초·중·고 443교 중 64곳(14.3%)으로 나타났다. 각각 초등학교 29곳, 중학교 23곳, 고등학교 12곳이다. 구군별로는 달서구가 17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북구(11곳), 수성구(10곳)가 뒤를 이었다.이중에서도 기본 조리 공간조차 없어 외부 급식업체에 위탁 급식을 하고 있는 학교는 13곳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북교육청의 경우는 총 952곳의 학교 중 31곳(3.2%)만이 식당이 없어 교실 배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학부모들은 위생환경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급식실을 확충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교실에서 급식 배식을 받는 학교일수록 위생이 떨어져 학생들이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예산 확보조차 되지 않은 교육청의 입장은 난감하기만 하다. 중앙 정부의 지원이 줄면서 예산 부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 확충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대구교육청의 급식시설 현대화 사업 예산은 2014년도 본예산 39억 원으로 편성됐다. 보통 기존 조리시설을 개조할 경우에는 7억~8억 원의 예산이 들지만 식당을 확충하거나 신설할 경우는 2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현재 위탁 급식 학교에만 급식실을 신설한다고 해도 200억 원 이상이 든다는 이야기다.이에 대해 시교육청 교육복지과 관계자는 “예산 확보가 어려워 급식시설이 없는 모든 학교에 기회가 돌아가지 못한다”며 “교실 배식 학교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내년도 예산 확충에 주력하는 수 외에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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