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9시 28분 대구시민회관 홈페이지에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시향’) 제 408회 연주회가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 속에 전석 매진됐습니다”라는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구시민회관 그랜드콘서트홀은 저녁 7시가 안 돼 관객의 잰걸음으로 성시를 이뤘다. 시향의 정기연주회를 찾은 이들의 눈빛이 기대에 차있는 모습 이었고, 공연장 3층 객석에선 목을 길게 빼고 밑을 내려 보는 관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줄리안 코바체프의 지휘로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G단조, K.550’ 이 공연됐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봉은 선장의 키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그는 시종일관 지휘봉을 오른손에 움켜쥔 채로 지휘봉을 사용하지 않고 두 손으로 지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의 손엔 물감이 묻어있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붓을 움켜잡고 있어 움직일 때마다 슬픔과 아픔이, 인간 존재의 한계와 비극적 운명이 그려졌다. 이른바 모차르트의 ‘가장 고뇌에 찬 음정’이 관객들의 마음에 전달된 것일까. 관객들의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았고 공연장은 깊고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몰입’을 경험하는 약 35분간의 찰나적 시간들이 흘렀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E단조, Op.95 ‘신세계로부터’는 미국의 광활한 자연과 감동을 표현한 작품으로 광고, 영화, 배경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플루트와 오브에, 바이올린과 첼로, 바순 등 악기들이 서정적인 선율과 격렬한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지휘자의 여리면서도 격렬한 몸동작과 혼연일체가 된다. 약 40분간의 공연은 너무도 짧게 끝났고, ‘신세계’를 향한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의 여행은 닻을 내렸다.  그의 지휘는 관객의 영혼을 울렸고 관객은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요정의 지휘봉은 관객의 가슴 속에 깊이 각인됐고, 앵콜을 받아 연주를 한 후에도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기립박수를 보냈다.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가 앵콜곡 공연 후에도 무려 5번이나 무대에 다시 나와 인사를 하는 감동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줄리안 코바체프라는 신들린 지휘자와 70여명의 농익은 대구시향 단원 그리고 대구시민의 성숙한 공연관람문화가 하나가 된 가을밤 단풍놀이였다. 특히 지휘자의 반백의 머리칼이 바람에 물결치듯 일렁일 때마다 사랑과 연민, 질투와 격정, 겨울 매서운 칼날바람과 인간의 숙명이 마치 도공의 손끝처럼 흙의 질감에 표현돼 ‘행복한 관객’이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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